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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처음 보는 순간 모두를 벙찌게 만들었던 바로 그 장면


C4는 상당히 논란이 분분한 챕터였습니다.  예, 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말이죠. 난데없이 등장한 셰익스피어와 아본은 많은 유저들을 어이없게 만들었고, 새로운 메인스트림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따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또 한번 어이없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드러나기 시작한 숨어있던 진실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면서 유저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고, 또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모든 내용이 급히 마무리지어졌습니다. 전체적인 진행속도는 제쳐두고, 내용으로만 말하자면 말 그대로, 기승전병.......


아뇨. 잘못 쓴 거 아닙니다. 네. 기승전병입니다. 


굳이 부연설명을 하자면 그나마 괜찮았던 느낌의 C4가 G16덕에 말아먹은 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끝난 것을. 그리하여 오늘은 모처럼만에 챕터4를 총정리하는 내용으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2. 칭찬



비난부터 퍼부을 거라고 생각했던 독자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칭찬할 만한 부분도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왜 지금까진 칭찬에 그렇게 인색했나 부끄럽기까지 하네요. 아무리 기승전병의 C4라지만 그렇게 까일 부분만 가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디 한번 찬찬히 볼까요.


2-1. 컨텐츠


사실 C4의 가장 긍정적인 점 중 하나는 많은 컨텐츠가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허브ㅂ.... 아니 낭만농장 같은 살짝 소셜 게임 분위기가 나는 컨텐츠부터 격투와 같은 새로운 전투스킬, 악기 연주의 세분화, 연극 미션, 세분화된 생활 스킬, 장래희망, 장래희망을 더 발전시킨 재능, 교역, 인형사, 다이나믹, UI 개편, 아본, 카브, 벨바스트와 스카하 해변이라는 새로운 지역 등등 상당히 많은 것이 추가되었습니다. C3에서 추가된 것이 연금술과 그림자 미션, 반신화, 탈틴, 타라, 팔리아스, 그리고 소셜 액션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꽤나 많지요?


더구나 C4의 추가 컨텐츠들은 다이나믹 패치와 UI개편을 제외하면 크게 욕을 들어먹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지속적인 개편을 거듭해 지금은 꽤나 반대의견이 줄어든 상태이지요. 사실 필자인 저만 해도 다이나믹 패치는 그냥 저냥 넘어갔어도 UI개편은 결사반대했던 입장입니다만, 현재는 애완동물 리스트 창이 제대로 늘어나지 않는 것만 빼면 크게 불만은 없는 상태입니다.




아 진짜 이건 언제 고쳐줄 건데



주 세일즈 포인트인 연극 미션과 교역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사실 연극 미션은 그림자 미션의 연장선상일 뿐이기 때문에 딱히 좋다 나쁘다 말할 만한 건덕지는 없습니다만, 교역은 꽤나 괜찮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지루하고 재미도 없습니다만 뒤로 갈수록 운송수단을 업그레이드하고 희귀한 물품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입니다.


또 넘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NPC지요. 사실 C4의 NPC들은 대부분 그저 그런 편입니다만, 희대의 대박캐릭터인 포셔에레원이 모든 마이너스를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남캐요? 버려요 남캐 따위(....). 죄송합니다. 아뇨 뭐 오란 정도는 꽤 인기도 있는 편이더라구요. 나머지는 안습....




이것이 나의 마음. 거절은 거절한다!




근데 사실 넌 내 타입 아냐(.....)



생각해 보면 C3에선 참 건질 캐릭터가 없었습니다. 게이와 게이모.... 아니 케이와 레이모어는 꽤 괜찮은 캐릭터였지만 짚신벌레같은 AI 덕에 욕만 먹었고, 수리율 80%로 퍼거스만도 못한 제너는 버리고.... 포트레잇은 위엄 쩔었지만 3D모델은 대두였던 누아자도 별로였고. 그나마 엘라하와 네반 정도만 괜찮았죠. 아 물론 네반은 장성한 아들이 있는 아줌마에 엘라하는 개편 전까진 윈드밀도 없는 상볍신이었습니다만.... 하지만 어찌됐든 엘라하나 네반이 포셔와 에레원의 위엄을 넘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2-2. 메인스트림


여러분은 이쯤에서 놀라셔도 좋습니다. 마비 인생 반 이상을 메인스트림을 까는 데만 소비하며 살아왔던 제가 지금 다른 것도 아니고 C4의 메인스트림에 칭찬할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비난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일단은 칭찬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로, 아본에서 주요 시나리오가 진행되던 G13과 G14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의외로 상당히 연극하는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에 스팟라이트가 집중될 때의 느낌이라던가, 번갈아서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 로딩 시간을 막이 오르내리는 간단한 장면으로 커버하는 것은 감탄마저 나왔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손발리 오그라든다고 평하셨던 동영상도 저는 꽤 괜찮았습니다. 물론 그 마비노기 캐릭터가 리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멋지기보단 뿜겼습니다만(.....)  이럴 때야말로 시도가 좋았다고 말해줘야겠지요.




사실 그냥 이렇게 하는 게 더 분위기가 살았을 지도 모르지만 그건 제쳐둡시다(....)



G15와 G16으로 옮겨가면, 일단 퀘스트에 따라서 다양한 장소에 NPC들이 나타나는 기법 자체가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정말로 그들이 게임 안에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요. G2 때만 해도 에스라스가 있는 영주 접견실을 아예 따로 만들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프로그래밍 기술의 놀라운 발전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그리고 G15 한정으로,  그저 가설에 불과했던 밀레시안과 투아하 데 다난의 불화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나, 샤일록이라는 캐릭터의 재해석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이런 생각을 하시는 독자분이 생기실 겁니다. '그래서 내용은?' 이라고요.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이제 칭찬은 이쯤 하고 슬슬 까보도록 할까요!





3. 비판



무엇이든간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입니다만, 아쉽게도 C4의 아쉬움은 내외 양면에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게임 내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느뉴것만을 주로 하고, 게임 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피해왔습니다만 이번에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3-1. 배신


문성준 팀장의 초기 공약 중 하나는 사행성 키트 아이템의 출시를 막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유저들은 그 말을 매우 반겼습니다만, 세상 일 그리 쉽게 돌아가진 않는 모양입니다. 공약과는 달리 C4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키트로 점철된 챕터였습니다(물론 키트의 범람은 문성준이 아닌 조동현 팀장의 작품이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기존의 희귀템들은 물론이고, 해당 제네레이션에 나온 NPC들의 장비들도 아주 발빠르게 키트로 추가되어 게임에 뿌려졌습니다. 기존 아이템들의 시세는 폭락하고 마비노기에는 사상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이 찾아왔습니다. 골드 시세가 거지가 되자 그 다음으로 찾아온 것은, 유저들의 양극화였지요. 


안그래도 마비노기는 누적 레벨에 제한이 없어 신규 유저가 영원히 올드 유저를 이길 수가 없는 게임입니다. 거기에 인플레이션을 통한 부의 편중현상까지 겹치게 되자 이제 막 게임을 시작했거나 돈 버는 것에 재능이 없는 유저들은 강해질 기회 자체가 막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레벨에 아무리 던젼이니 그림자를 돌아봐야 수백, 수천만을 호가하는 장비들을 사입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들에게 남은 길은 키트에서 대박이 터지길 기원하거나, 게임을 접는 것 뿐이었습니다.


결국 C4가 완전히 마무리되기도 전에 문성준 팀장은 마영전으로 떠나가고,  남은 것은 유저들의 원성 혹은 자포자기, 그리고 뒷수습에 여념이 없는 황선영 팀장 뿐입니다.



무슨 말 하고 싶은 지 알아요 그러니까 조용하셈


물론 그는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망시 장비 내구도 무작위로 감소 같은 어처구니 없는 골드 회수 정책이나 펴면서 물가를 잡아보려 했습니다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오의 영혼석을 사용해 부활하면 이런 페널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유저들에게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을 뿐이지요.




3-2. 성급


많은 컨텐츠들이 추가된 것은 좋았지만, 대다수의 컨텐츠들은 말 그대로 밀어봍이기 식으로 투입된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테스트 서버의 존재 의의가 무색할 정도로 공개되기가 바쁘게 투입되고, 정작 수정은 본서버의 플레이어들이 목소리를 내야 수정되었습니다. 물론 빨리 손을 써준 것만은 칭찬할 만 합니다만, 그럴 거면 대체 테스트 서버는 왜 있답니까. 



불도저식 패치의 대표 주자 Die나믹!



이런 불도저식 패치가 문제인 것은, 제작자가 유저들의 불만을 못들은 체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언젠가는 제작자에게도, 유저들에게도 독이 될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3-3. 허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본 칼럼의 메인스트림, 메인스트림 까기입니다.  앞에서 칭찬을 하긴 했지만 칭찬은 칭찬, 비판은 비판이죠.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무엇도 아니고 바로 셰익스피어 본인이었습니다. 그것도 마비노기의 세계관에 맞춰 어레인지된 셰익스피어가 아니라, 실제 역사의 셰익스피어 본인이 에린에 왔다는 점이 문제라고 봐야겠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미 마비노기는 실제 세계, 즉 현실의 신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독창적인 세계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느닷없이, 신화도 전설도 아닌 실제 인물이 끼어들어온 것입니다. 아, 예 알아요. 셰익스피어가 실존인물인가 아닌가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죠. 하지만 적어도 신화나 전설 속의 인물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분 이 멍청해 보이는 남자가 모든 일의 원ㅎ.... 으읍!


그렇게 느닷없이 실제 세계에서 온 이방인은 밀레시안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그것이 바로 지금껏 게임을 플레이해 온 여러분들의 정체를 결정지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우리들 밀레시안은 세계를, 에린을 구하기 위해 선택된 용사 같은 것이 아니라, 자의 혹은 타의로 에린이라는 세계로 불려와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세계의 이방인으로 겉돌고 있는 불쌍한 영혼들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언젠가 아주 옛날에 단편으로 썼던 소설에서 언급한 내용이 생각나는군요.


그렇게 에린으로 불려와 세계를 구하기 위해 몇백년이나 되는 세월을 힘썼습니다만, 세계의 주인인 투아하 데 다난들이 밀레시안을 보는 눈은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새로이 생긴 튜토리얼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엘프나 자이언트라고 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들 역시 결국 플레이어를 같은 종족으로 인정해 주진 않습니다. '같은 종족의 모습을 한 밀레시안'으로 생각할 뿐이었지요. 



뭐 좋게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고....


가설이 실제가 되어서 기쁘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물론 기쁘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설정 연구가로서의 플레이어의 입장이고, 실제로 에린에서 살아가는 밀레시안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것만큼 허탈한 일이 또 있을까요?


셰익스피어가 가진 문제는 사실 끝이 없습니다. 밀레시안인 셰익스피어가 신들의 감옥이라는 아본에 유폐되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그가 그 아본을 자기 취향에 맞게 꾸며놓고, 배우까지 두고, 본인만이 아니라 타인까지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 여기가 감옥이 맞나요? 간수들은 왜 메인스트림을 제외하면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겁니까? 햄릿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한 배우들은 대체 누구인 겁니까? 그들이 연극 안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이라면 플레이어는 왜 굳이 연극 안으로 들어가야 했던 겁니까? 아니 애초에 연극은 왜 한거죠? 희곡을 완성해서 어디다 쓰려고 한 거였을까요? C4는 다른 것보다 먼저 이런 기본적인 의문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문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말로는 비중이라도 있지 얘는 뭐 완전 안습....


결국 우리는 셰익스피어가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G13과 G14를 지나치면 다음으로 마주치는 문제가 바로 '소울스트림'입니다.


C3때도 그랬지만, C4 역시 전반부와 후반부가 각각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반부의 주제가 희곡의 완성이었다면, 후반부의 주제는 소울스트림의 붕괴입니다. 밀레시안의 멸족 아니었냐구요? 아닙니다.


G16에서 키홀이 했던 말을 떠올려 보세요. 소울스트림의 붕괴가 곧 에린의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것을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밀레시안이라는 말을. 그리고 모리안은 밀레시안의 힘을 이용하면 소울스트림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고, 밀레시안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자 이제는 아예 없애버리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잠깐만,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




키홀성님 인생 최대로 간지나던 순간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처음 문을 연 것은 분명 셰익스피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문을 봉인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열어둔 것은 누구였나요? 모리안 그녀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는 소울스트림의 붕괴가 밀레시안 때문이라고요? 그녀의 행동은 비오는 날 창문를 열어놓고 비가 들이친다고 화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모두 아시는대로 키홀은 분명 이런 미래를 예견했고, 또 그것을 그녀에게 경고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넘기고 결국 친구였던 키홀과 적대하게 된 것은 누구 책임인가요? 


그리고, 그렇게 소울스트림이 붕괴할 위기까지 와서 그녀는 지금껏 잘 부려먹고 있던 밀레시안을 토사구팽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건 민폐 수준을 넘어서 완전 천하의 개썅X이네요. 거기다 벨라의 힘으로 소울스트림의 붕괴가 멈추자, 지금껏 보여줬던 태도를 또 손바닥 뒤집듯 바꿔서 세상을 지키라고? 대체 우리가 얼마나 더 지 뒤를 닦아줘야 속이 시원하답니까. 아주 어이가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 후반부의 주제가 밀레시안의 멸족이 아니라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입니다. 모리안은 그저 이런 저런 사태가 겹쳐있고, 그것을 해결할 가장 편한 방법이 그것이기 때문에 밀레시안을 멸족시키려 한 것 뿐이지, 딱히 커다란 당위성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얼마나 밀레시안들을 슬프게 만들었습니까? 세계의 원주민들이 냉대해도 밀레시안들은 묵묵히 그들의 사명을 지켜왔습니다. 세상을 구하고, 사람들을 지키고, 그녀를 도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아니 딴 건 집어치우고 무슨 12금 게임이 스토리가 이렇게 개막장인가요.


일단 여기서 진정하고, 생각을 해봅시다. 모리안이 지금껏 자신을 도와 에린을 지켜온 밀레시안에게 조금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밀레시안의 멸족이 아닌 다른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라도 보여줬다면 이렇게까지 욕을 먹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찾다 찾다 도저히 방법이 없이 결국 남은 선택지가 하나 뿐이라고 해도, 하다 못해 밀레시안들에게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보였다면 또 얘기는 달라졌겠지요. 하지만 G15의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뭐라고 말했던가요?




이데온건은 부캐 이름입니다... 이거 찍으려고 G15 깬 건 비밀


예, 오만한 밀레시안이라고 했지요.


진짜 오만한 것은 누구입니까. 에린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영웅들이 하나 둘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는 마당에 와서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독선을 관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도, 누구를 돕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그저 그녀 자신이 생각하는 '옳음'을 관철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그녀에게선 인간들을 지키겠다는 숭고한 목적도, 낙원을 수호하겠다는 거룩한 이상도 없습니다. 그것을 독선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그녀가 대체 누구를 오만하다고 비난할 자격이 있습니까.




4. 아쉬움



이야기가 여기까지 와 버리면 이미, 밀레시안으로선 모리안을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신에게 의탁하려 해도, 다른 신들 역시 추악하고 그 안에 숨은 검은 욕망이 있음을 알아버린 뒤입니다. 그나마 네반은, 방식은 둘째치고 티르 나 노이를 지키겠다는 의지만은 매우 순수했습니다만 이젠 이빨빠진 호랑이지요. 이제 밀레시안에게 남은 선택지는 얼마 없습니다.


그나마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완전한 선역으로 남아있는 아드니엘을 신격화시키던가, 아니면 그 자신이 신이 되는 것 뿐입니다. 아니면 셰익스피어처럼 에린을 등지고 원래의 세계로 떠나는 수도 있겠네요. 그게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결국 C4는 슬프게도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스토리적 문제점을 노출시켰습니다. 우리가, 밀레시안이 아무라 열과 성을 다해 에린을 지켜도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플레이어 개인은 용사로서, 영웅으로서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은 개인이고 밀레시안은 밀레시안이죠. 그들이 세계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으려는 움직임 자체가, 선주민들에게는 위협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한 개인이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그러한 시도를 하는 순간 대중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들은 온건하게 지내는 한, 언제까지고 에린에선 이방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리안이 인정해줬다고요? 그년이 뭐라고 지껄이든 이제 누가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그녀는 이미 완전히 밀레시안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 세계를 위해 싸워야 할까요.



데브캣이, 다음 메인스트림이 이러한 부조리함을 근본부터 뜯어고치지 않는 한, 언젠가 밀레시안들도 다른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에린을 등질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밀레시안들이 없는 에린은, 아마 그리 오래 투아하 데 다난의 땅은 못될 테지요.


하지만 어떨까요. 새로 등장할 메인스트림에선 이런 이야기가 아예 언급도 안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가능성은 낮지 않지요. 지금껏 해온 업적들이 있으니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다음 메인스트림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또 생판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려 든다면 참으로 애석한 일이 될 것입니다.




5. 결론



게임적으로 볼 때는 나름 만족스러운 챕터였지만, 시나리오로서의 챕터4는 최악이었습니다. 진짜요. 이건 진짜 G8보다 실망스럽습니다. 험한 말은 필터링하고 맘에 있는 얘기를 하라고 하면 필자는 단호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따위로 할 거면 때려치우라고. 서브퀘나 찔끔찔끔 넣으면서 가끔 새 컨텐츠나 넣어줘도 이것보단 훨씬 만족스러울 겁니다.

 

데브캣은 마비노기라는 게임에 있어 메인스트림이라는 컨텐츠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하는 메인스트림은 없는 것만도 못합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돈 주고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화딱지가 다 나네요.


아주 드물게, 극단적인 결론이 나왔습니다만, 예 다들 아시죠. 화를 내는 것도 애정의 표현입니다. 무관심보다는 낫죠. 무관심으로 돌아서기 전에,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시나리오에 신경 좀, 제발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번에는 좀 더 즐거운 기분으로 마비노기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길 바랍니다. 



언젠가 또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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