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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카테고리 없음 2014. 9. 3. 21:28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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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who you are underneath, it's what you do that defines you."
"It's not who I am underneath, but what I do that defines me."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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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카테고리 없음 2014. 7. 30. 21:22





 "What is the most resilient parasite? Bacteria? A virus? An intestinal worm? An idea. Resilient... highly contagious. Once an idea has taken hold of the brain it's almost impossible to eradicate. An idea that is fully formed - fully understood - that sticks; right in there somewhere."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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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Captain my Captain!!"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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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카테고리 없음 2013. 8. 7. 21:47






"I don't know who you are. I don't know what you want.

If you are looking for a ransom, I can tell you, I don't have money.


But what I do have... are a very particular set of skills.

Skills I've acquired over a very long career. Skills that make me a nightmare for people like you.


If you let my daughter go now, that'll be the end of it.

I will not look for you. I will not pursue you.


But if you don't, 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Good luck."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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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드디어 마지막 편입니다. 드라마에선 딱히 최종보스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는지라(그리고 메인스트림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기도 하고), 메인스트림 보스 열전은 이것이 마지막 편입니다. 자 그럼, 챕터4의 최종보스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2. 신들의 간수(看)

 

신들의 간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신들의 유배지인 아본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아본이라는 무대가 등장한 것부터가, 이미 앞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마비노기가 더 이상 켈트 신화의 소재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아본의 모델은 셰익스피어의 고향으로 알려진 '스트랫포드 어폰 아본'이라는 지역입니다. 물론, 이름만 따온 수준이고 실제 지리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만.... 마비노기의 음악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아본 지역의 테마곡 제목이 바로 'Stratford upon Avon'임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는 아본의 모델이 바로 스트랫포드 어폰 아본이라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던컨의 말에 의하면 고대의 에린에선 이 아본이 가장 번성한 도시였다고도 하고, 셰익스피어가 처음 에린에 도착했던 당시의 아본은 지금과는 모습이 다른(사실 코리브 계곡 같은)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당시엔 에린을 그냥 아본이라고 불렀던 것인지도 모르죠. 하여튼, 지금의 아본은 과거의 융성한 모습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신비한 풍경을 보여주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왜인지는 몰라도 '신들의 유배지'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붙어서 말이죠.

 

신들의 유배지, 이 이명은 즉 이곳이 죄를 지은 신들이 갇혀지내던 곳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종의 수용소... 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신이라 해도 마음대로 출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아본의 수호자라는 이름의 간수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이번 목차의 주인공인 신들의 간수입니다.


 아본의 수호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릴 것이 한가지 있다면 이들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적은 편입니다. 따라서 사실 할 말이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감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1. 그림 리퍼(死)

 






날개가 아니라 빗자루임다




아본 그 자체가 켈트 신화와는 별 관련이 없는 것처럼, 아본의 수호자 중 제일 처음으로 등장한 그림 리퍼 역시 켈트 신화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그림 리퍼는 죽음 그 자체를 인격화한 존재로 아주 오래전부터 등장해 왔습니다만, 현재의 모습(해골, 큰 낫, 검은 로브)을 갖추게 된 것은 15세기가 지난 다음입니다. 그림 리퍼(Grim Reaper)라는 이름의 의미는 '무자비한 수확자'라는 의미로 그가 수확하는 것은 다름아닌 죽음입니다. 큰 낫을 들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죠. 보통 낫이라는 것은 농부가 곡식을 수확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만 그들은 그 낫으로 사람의 생명을 수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림 리퍼는 그 무시무시한 이미지와는 달리, 아니 정확히는 그림 리퍼라고 불리기 이전에만 해도 수명이 다 한 사람의 생명을 수확해 갈 뿐 사람의 죽음에 직접 관여하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의 무자비한 수확자의 이미지로 굳어진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역시 흑사병입니다. 점심은 친구들과 먹고 저녁은 조상들과 먹는다는 농담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유럽의 당시 상황은 마치 죽음이 낫을 들고 사람들의 생명을 수확하고 다니는 듯했기 때문에,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사람들의 생명을 쓸어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든 것이겠죠. 그리고 흑사병이 지나간 15세기 중엽부터 사람들에게 있어 죽음의 신의 이미지는 무자비하게 생명을 쓸어담는 수확자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림 리퍼의 탄생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미 켈트신화에도 안규(Angeu), 그리고 듀라한(Dullahan)이라는 번듯한 죽음의 대변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안규는 브레튼(영국의 남서쪽) 지방의 전승으로 360' 회전하는 해골머리를 가지고 검은 마차를 끌고 다니며 죽은 자를 마차에 태워 사라지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고, 여러분도 잘 아실 듀라한은 자신의 머리를 팔꿈치에 끼워 들고 다니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 죽는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누군가 듀라한을 몰래 훔쳐보다 들키면 척추로 만들어진 채찍을 휘두르거나 피를 한 바가지 뿌리는데, 이것은 그가 다음에 죽을 자라는 표식을 남기는 행위오라... 죽음의 세계로......라고 합니다. 


메이저한 듀라한은 이미 그림자 던젼 보스로 써먹어버렸다고는 해도 아직 안규가 남아있는데 굳이 그림 리퍼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아마도 셰익스피어가 16세기의 인물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 가장 유명했던 사신의 이미지를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죠.


하여튼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본의 수호자 중 첫번째 타자로 등장하는 그림 리퍼는 이런 중세 혹은 근대의 괴담에서나 등장할 법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시면 아본의 문양이 배에 그려져 있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리퍼의 특이한 점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그림 리퍼의 공격은 1:1 공격이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공격이 들고 있는 거대한 낫을 휘두르는 모션인데, 횡베기 종베기 모두가 범위 공격이라 공격 범위 내에 있는 인원이 전부 공격을 맞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G13의 최종보스이고, 혼자 들어가게 되어 있는 미션인데 보스가 범위공격밖에 하지 않다니 조금은 이상하죠? 이런 사실은 어쩌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아본의 간수들 모두를 재활용(?)할 계획이 세워져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크로우 크루아흐나 클라우 솔라스 같은 거대 보스라면 모를까, 심지어는 글라스기브넨도 스매시 같은 1:1 스킬이 있는데 인간 사이즈의 적이면서도 1:1 공격이 전혀 없다는 것은 확실히 특이한 일이죠.




또 하나는 그림 리퍼가 단순히 아본의 수호자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벤트 퀘스트였던 '폴의 연구일지' 퀘스트를 기억하실 지 모르겠네요. 이 퀘스트의 메인 NPC라고 할 수 있는 퀴즈 마스터는 폴의 연구에 얽힌 수수께끼를 이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는데요, 사실 바로 폴 본인이 퀴즈 마스터에게 빙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수수께끼를 풀고 나면 퀴즈 마스터에게 빙의된 폴이 원래 모습을 드러내며 직접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그'의 조건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말이 끝나자마자 등 뒤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사신, 그림 리퍼였습니다. 폴의 영혼이 말했던 '그'는 바로 그림 리퍼였고, 죽은 폴의 영혼의 부탁을 받아 아리사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퀴즈 마스터의 몸을 빌어 플레이어에게 부탁을 해 온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폴이 그림 리퍼를 '신의 사자'라고 부른다는 점인데요, 사실 G15의 마지막 부분에 모리안이 그림 리퍼와 브란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모습을 봐도 그렇지만 아본의 간수는 솔직히 그 입장이 약간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 신들의 감옥의 간수를 맡고 있으면서도 신에게 복종한다? 조금 이상하죠?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요. 신들의 세계에도 사회는 존재하고, 그 사회를 이루는 근간으로서 그들만의 규칙은 존재할 것입니다. 그 중에는 신에게 있어 죄라고 부를 수 있는 행위도 있을 것이며, 그렇게 죄를 지은 신을 처벌하기 위한 방법도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아본입니다. 즉, 신을 가두고 벌할 수 있는 것 역시 같은 신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세요. 인간을 가두고 벌하는 것 역시 같은 인간이잖습니까? 즉 어떤 신은 다른 신을 심판하고, 가둘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도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신들에게도 누아자라는 왕이 있으니 어쩌면 신들을 심판하는 권한은 누아자에게 있었는지도 모릅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C4의 시점에 와서 아본의 간수들을 부리는 것은 모리안이었습니다. 어쩌면 모리안은 G12에서 밀레시안과 함께 누아자를 물리치는 데 일조함으로서 그 힘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사실 이 가설은 증거는 하나도 없고, 순전히 상상에 비약에 가까운 내용이므로 여기에 적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애초에 폴의 연구일지 퀘스트에서 그림 리퍼가 나온 것도 그냥 3D 모델 새로 만들기 귀찮아서 재활용했을 가능성도 있고 말이죠. 만약에 정말로 그림 리퍼가 신의 사자인 것이 아니고 그냥 모델 재활용에 지나지 않는다면 애초에 이 가설은 성립조차 하지 않습니다...... 만, 그래도 기왕 열심히 생각한 것이니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남겨둡니다.무책임





2-2. 브란(烏)








아본 2호기. 모드 반전. 백 코드. 더 비스트!




브란은 마비노기 사상최초, 그리고 현재까지도 전무후무한 '메인스트림 2회 최종보스'의 업적을 달성한 캐릭터입니다. 근데 사실 이게 애매한 게..... 딱히 인기가 있거나 강해서 그랬다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그냥 캐릭터 재활용 수준일 뿐이라 조금은 아쉽네요. 하여튼 뭐 그렇습니다. 




 브란의 이름 옆에 있는 한자는 '까마귀 오(烏)' 자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 하면 사실 브란은 C4에서 얼마 안되는 켈트 신화쪽의 캐릭터입니다. '축복받은 브란(Bran the Blessed)'이라는 이름의 이 인물은 웨일즈 지방의 왕으로 엄청나게 커다란 몸집을 가진 거인이었다고 합니다. 바다의 신인 리르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이 리르는 아마도 마나난 맥리르의 일족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네요. 


하여튼 신의 아들이었으므로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브란웬이라는 아름다운 여동생에 더불어, 니시엔과 에프니시엔이라는 씨가 다른(....) 형제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뭐 그건 딱히 중요한 게 아니고, 브란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바로 '까마귀(Crow)'라고 하네요. 바다의 신의 아들에, 거인인데 이름의 뜻은 까마귀라. 하여튼 브란의 그 커다란 덩치와 시커먼 디자인은 바로 이러한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431*112 (+)



얘네가 니 동생이었구나....



하여튼, 캐릭터를 자세히 보면 뭔가 SM스러운 가죽본디지 복장에고르곤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제작팀에 SM 마니아가 있다 상체가 비정상적으로 큰 인간형의 괴물입니다. 오른팔을 어깨까지 감싸는 금속 건틀렛을 장착하고 있는데, 아본의 문양이 바로 그 건틀렛에 새겨져 있습니다. 


브란의 전투방식 역시 그림 리퍼와 마찬가지로 1:1 공격은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주된 공격은 오른팔에서 전격을 내뿜으며 전방으로 크게 휘두르던가, 땅을 내리쳐 넓은 범위의 충격파를 일으키는 것, 그리고 뿔에 전격을 모은 다음 앞으로 돌진하는 것 세가지입니다. 사실 어느쪽이건 미리 감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쓰면 쉽게 피할 수 있습니다. 스톰프 공격의 범위는 꽤 넓어서 피하기가 어렵지만, 브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대미지도 급감하기 때문에 조금만 빨리 이탈해도 10 될랑말랑한 대미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판정 지속은 꽤 길어서 멀리에서 피했다고 섣불리 다가가다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구를 수도 있죠. 


하여튼 움직임도 느리고, 덩치는 크고, 공격은 아프다고는 해도 피하기 쉬운 등 사실 호구입니다. 더구나 아본의 연극 미션 '신들의 간수'에 등장하는 브란은 '끼우기'라는 버그성 테크닉을 사용하면 제자리에서 공격만 맞는 샌드백 신세인지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G14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압도적인 시스템 빨(...)로 밀레시안을 쓰러뜨리고 '약하다...' 같은 소리나 하지만 사실 이놈이 아본의 수호자 중에선 제일 호구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브란의 외형과 설정인데요. 사실 꼼꼼히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브란은 다른 아본의 간수들에 비해 조금 이질적입니다. 다른 아본의 간수들이 모두 몸에 아본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비해 브란만은 건틀렛에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또 자유롭게 움직이고 자신의 의지를 보이는 메로우나 폴의 연구일지 퀘스트에서 신의 사자로서 재량권(?)도 행사하는 그림 리퍼에 비해 브란은 그저 셰익스피어를 잡고, 그것을 방해하는 자는 제거하는 것 이외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또 결정적으로 그림 리퍼나 메로우는 켈트 신화와 별 연관이 없는 녀석들인데 비해, 브란은 켈트 신화의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왔죠. 

 

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본의 수호자들에 대해선 알려진 설정이 하나도 없습니다. 작품 내적으로건 외적으로건 이들의 유래나 능력, 뭐 하나 밝혀진 게 없어요. 따라서 이것은 순전히 추측에 불과한 것입니다. 어쨌든 저의 추측은 이렇습니다. 어쩌면 브란은, 다른 아본의 수호자들과는 그 기원이 좀 다른 존재가 아닐까요? 처음부터 신의 사자로 창조되었다거나, 신이 권능을 주어 아본의 수호자로 부려먹는 것이 아니라, 원래 영웅이었던 브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신의 사자로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저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림 리퍼 때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증거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3. 메로우(魚)








모에!!!




메로우는 사실 뭐, 기원이니 뭐니 하는 걸 따질 만한 캐릭터도 아닙니다. 메로우(Merrow)라는 이름은 아일랜드 어로 인어(Mermaid)라는 뜻입니다. 더구나 뒤에서 언급할 얘기입니다만 유일한 존재도 아니구요. 출신만 따지고 보면 아본의 수호자들 중에선 가장 듣보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메로우는 메인스트림의 최종보스였던 적이 없거든요!!!  다만, 아본의 수호자들을 모두 다루고 있는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따로 또 다룰 기회가 올지 모르는 일인지라.... 그냥 넣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다리가... 슴ㄱ...


.......네.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메로우는 소라 갑옷 비슷한 갑옷을 입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출도가 좀 심하고, 몸매가 끝내줘좋은 것이 특징이죠. 전체적으로 꿉꿉한 분위기인 G16에서 에레원과 함께 여캐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스타이기도 합니다. 벨라요?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아본의 문양은 오른쪽 허벅지에 존재합니다. 하여튼 일단은 인간형이고, 예쁜 여캐인지라 팬은 많습니다만 스토리적인 비중을 따지자면 그냥 안습이죠.


메로우는 아본의 수호자들 중 유일하게 1:1 공격이 존재합니다. 평타와 스매시를 가지고 있거든요! 사실 평타는 모션이 거의 없어서 대체 뭘로 때리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있긴 있습니다. 또 스매시는 플레이어를 공중부양 시킨 후에 물대대포로 날려버리는 오로치 C잡기 기술입니다. 이것 외에도 워터 캐논과 비슷한 물대포 공격도 있고 말이죠. 당연히 이것들 외의 범위 공격도 가지고 있는데요, 좌우로 넓은 판정을 가진 파도를 소환해 공격하는 기술과 땅에 아본의 문양 모양의 타게팅 포인트를 만든 후 지속적인 대미지와 경직을 주는 물기둥을 뿜어내는 기술이 있습니다. 사실 얘도 평타와 물대포 이외엔 별로 아픈 공격이 없고, 범위공격은 대부분 쉽게 피해지는데다 섬머솔트 킥으로 물대포를 봉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닙니다.


메로우의 특징은 메로우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2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파란 피부를 가진 메로우와 핑크색 피부를 가진 메로우, 2가지 형태가 있는데요. 전자는 메인스트림의 등장 캐릭터이고, 후자는 로드 미션인 스카하 동굴 조사에서 등장합니다. 근데 이 핑크 메로우를 잘 보면 블루 메로우와는 피부색, 머리색도 다르고, 입고 있는 옷도 살짝 틀립니다. 또 치마에 가려져 있어서 확인하기 어렵지만 오른쪽 허벅지에 아본의 문양도 없습니다.









아니 딴 데 말고 허벅지를 보시라고.... 아니 말이 이상하다.

(게임어바웃 '눈몽이' 님의 스샷을 사용했습니다.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이런 사실에 의거해 또 추측을 해 보자면, 어쩌면 아본의 수호자인 메로우는 인어라는 종족 중에서 아본의 수호자로 선택된 한명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인어라는 종족은 세계 어느 나라 설화나 전설을 봐도 단독으로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거기다 굳이 제작진이 수고를 해 가면서 메로우의 모델링을 두개나 만들어낸 것이 그냥 심심해서, 라고 생각하긴 힘듭니다.





2-4. 총평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아본의 수호자들은 메인스트림의 보스들로는 조금 함량 미달입니다. 그림 리퍼때는 그나마 아무것도 모르는 미지에서의 카리스마라도 존재했지만, 브란이 나올 때쯤부턴 딱히 아무래도 좋은 게 되어버렸고, 딱히 임팩트나 매력도 없어져 버렸죠. 


그 중에서도 최악이었던 것은 G15였습니다. 솔직히 시나리오나, 이야기 전개나, 모든 면에서 가장 잘 만든 메인스트림 중 하나라고 평가하는 G15였습니다만, 문제는 메인스트림 최종보스를 재탕하는 만행이었죠. 그 한번에, 플레이어들에게 아본의 수호자는 그저 여신의 따까리, 라던가 그냥 양산형 잡몹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생각해 봐도, 그들은 수호자, 간수라는 포지션이죠. 어딜 봐도 한 챕터, 혹은 제네레이션의 최종 보스 포지션을 맡을 만한 캐릭터들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래, 중간보스 포지션이 어울렸겠죠. 마타나 테흐라 같은 캐릭터들 말이에요.


이전 글에서도 적은대로, 아본의 수호자들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더 없습니다. 고로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가볍게 마무리짓고, 마지막 최종보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루 라바다(光)







사실 이때가 제일 간지났지




G16 맥베스의 최종보스이자, C1때부터 질긴 인연을 이어왔던 루 라바다, 다크로드 모르간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드디어 왔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자면, 좀 착잡하네요.


켈트 신화의 루 라바다는 '광명의 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누아자와는 다른 의미로서의 켈트 신화의 대빵 같은 캐릭터입니다. 루가 얼마나 사기캐냐 하면 일단 출생부터 비범한데, 포워르의 왕인 사안의 발로르의 딸인 에흘린과 투아하 데 다난의 의술의 신이었던 디안 케트의 아들 키안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거기에 바다의 신인 마나난 맥리르의 양아들로 그의 밑에서 자라, 나중에는 신검 프라가라흐까지 받게 되지요. 목수, 대장장이, 전사, 약사 등 모든 일에도 통달해 있어 '모든 일의 거장'이라는 이름의 '일다나(Ioldanach)'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충분히 먼치킨 아닌가요?



어쨌든, 성장한 뒤에는 투아하 데 다난의 편에 서서 포워르들과 맞서 싸웠고, 제 2차 모이투라 전투 당시 누아자가 크로우 크루아흐에 의해 살해당하고 투아하 데 다난의 패색이 짙어졌을 때 사안의 발로르의 눈에 창을 던져 발로르를 죽임으로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투창이 특기였으므로 '팔이 긴 아이'라는 별명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마비노기에서 사용하는 풀네임 '루 라바다'가 바로 이 뜻으로, '긴 팔의 루'라는 뜻이죠. 신화에서는 그 뒤 누아자의 뒤를 이어 왕이 됩니다만, 어떤 판본에서는 누아자가 죽지 않고 살아서 왕위를 물려줬다고도 하고, 어떤 판본에서는 누아자가 죽어 공석이 된 왕위에 추대를 받았다고도 하는 등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뭐, 딱히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까 넘어갑시다.



하여튼 루 라바다는 어떤 의미로는 켈트 신화에 있어 '투아하 데 다난의 최전성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루의 아들인 쿠훌린이 물론 루에 비교될만한, 혹은 넘어설만한 업적을 쌓고 유명세를 타기도 합니다만, 엄밀히 말해 쿠훌린의 시대부터는 '신의 시대'는 끝나고 인간의 시대로 넘어간 시점이기 때문에 최고 전성기라고 보긴 어렵거든요. 


참고로 루의 이름은 가을의 수확철을 의미하는 '루나사(Lughnasadh)'의 어원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마비노기에서는 목요일을 다르게 부르는 말로, 마법과 인챈트의 효과를 올려주는 날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실제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루 라바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1. 기원



루 라바다는 1차 모이투라 전투 이후 폭군 브레스의 시대에 홀연히 나타나 영웅으로 명성을 쌓습니다. 실제 켈트 신화와는 달리 마비노기에선 루의 출신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후 누아자가 브레스를 몰아내고 왕위를 되찾은 이후, 그에게 중용되어 총사령관의 위치에까지 올라가죠. 그리고 제 2차 모이투라 전투에서 사안의 발로르를 물리치는 활약을 보여 투아하 데 다난들에게는 팔론과 함께 '에린의 수호자'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게 됩니다. 그 후 사망한 누아자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으나, 그리 오래가지 않아 후임자에게 왕위를 선양하고 나타났을 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루의 실종이 사실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피오드 숲의 잊혀진 전설'이라는 책에 의하면, 루는 마족과의 전투가 한창 치열하던 시기 미궁과도 같은 피오드 숲에 투아하 데 다난들을 이끌고 갔습니다.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미로와 같은 숲이라고 하여 모두가 그 숲을 두려워했지만, 루는 숲에 살고 있는 요정들을 불러 요정의 여왕 시오라를 설득하여 인간이 피오드 숲에 거주하는 것을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나자 투아하 데 다난들은 요정의 은혜를 잊고 피오드 숲의 중심에 있던 어머니 나무를 베어 요정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이에 크게 실망한 루는 왕위를 넘기고는 홀연히 사라졌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마비노기의 공식 설정이기 때문에, 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내용입니다. 확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만 루가 평범한 인간은 아닐 것이라는 것, 적어도 요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 인간이라는 점은 알 수 있지요. 평범한 인간이라면 두려워하는 것이 당연한 미로와 같은 숲을 거침없이 들어간 것이나, 다른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요정의 말을 듣고 그들과 대화를 하거나 하는 모습만 봐도 대충 감이 오지 않습니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루는 어머니 나무가 베어졌을 때 인간에게 등을 돌릴 만큼 큰 실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인간의 어리석음을 한탄할 수는 있어도 인간에게 등을 돌리고 적대할 만큼 실망하지는 않았겠지요.




문제는 그가 그렇게 인간들을 떠난 이후 빛의 기사 팔라딘으로서의 영광과 믿음을 버리고 다크 로드 모르간트라는 이름으로 포워르와 손을 잡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팔라딘이기를 포기한 이후의 어느 시점에서, 그는 다크 나이트로 전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크 나이트의 모습을 보면 모르간트가 진짜 다크 나이트인지 아닌지는 조금 의문이 가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실제로 EG에서 플레이어가 다크 나이트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공개되어 있던 다크 나이트의 모습은 루에리나 다크 로드와 거의 똑같습니다. 다만 뿔이 없다는 점 정도만이 차이점이었지요.뿔은 지휘관 전용 빨개지면 3배 빨라지나? 다크 나이트의 모습이 설정과 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굳이 여기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니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도록 하죠.



어쨌든 한때 에린 유일의 '진정한' 팔라딘이었던 루는 다크 나이트가 되어 키홀과 손을 잡고 에린을 침공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는 단지 키홀에게 협력하고 있었을 뿐,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영 밝혀지지 않았죠. 루에리에게 넌지시 '나도 키홀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그래서 뭘 계획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G3의 엔딩 부분에선 밀레시안에게 '신이 정의와 선의 이름으로 인간에게 개입하는 이상 너와 나는 언제고 다시 만날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루가 변심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면 대체 그가 왜 인간이 아닌 신들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의문입니다. 키홀과 손을 잡는 과정에서 세뇌라도 당한 걸까요.







헬멧이 아니었더라면 즉사였다.




후속 챕터에 등장해 공백기간 동안의 의문을 풀어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C2에서는 전혀 미등장, 언급조차 되지 않고 C3에서도 G9과 G10에 잠깐 언급되고 끝이었습니다. 그나마 G9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팔론을 포워르 측으로 포섭하고, 엘라하를 인큐버스들의 사회에서 살게 하는 등 나름 비중있는 역으로 언급이 됩니다만, G10에서는 엔딩 영상에서 아기의 모습을 한 엘라하를 품에 안고 바다를 건너는 모습으로 나와 모두를 뿜게 만들고 '보모간트' 같은 굴욕적인 별명을 얻게 됩니다. 


물론, 이 한 장의 그림만으로도 이것저것 짐작할 수 있기는 한데, 일단 바다를 건너는 것은 엘라하의 어머니인 네반이 이리아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즉 루가 배를 타고 간 곳은 울라 대륙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엘라하를 그림자 세계에 데려다 놓은 것이 루라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좀 더 상상의 나래를 넓혀보자면 혹시 엘라하의 아버지가 루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합니다만.... 글쎄요. 딱히 뭐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여튼 C3도 끝나고 나니 이제 루는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완전히 잊혀져 버립니다. G15가 되고 교역이란 컨텐츠가 등장하면서 살짝 다시 조명받기는 했습니다만 - 벨바스트의 교역품 중에 모르간트의 투구의 복제품이 있었기 때문에 - 그 뿐이었죠.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G16에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재등장하여 메인스트림의 중심 인물로 부상합니다.









3-2. 본질








사실 잘 보면 얼굴은 거의 맞아떨어집니다




사실 G16의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루 라바다는 딱히 강하지도 무섭지도 않고 카리스마도 없습니다. C3에서 보여줬던 멋진 보스로서의 특징들도 하나도 없이 그냥 좀 강한 인간형 몹(...)에 불과합니다. 파이널 히트, 라이프 드레인, 가스트 소환을 빼면 그냥 평범한 인간형 몹이고 심지어는 NPC인 오언 제독하고 1:1로 붙어도 털립니다. 사실 C1때도 딱히 강하진 않았지만, 그때는 중간관리직이었고 지금은 명색이 메인스트림 최종보스인데.... 자기가 소환하는 몹보다도 약하니 위엄이 살지를 않네요. 전투 면에 있어서는 실망스럽다는 말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문제는, 돌아온 루의 모습이 뭔가 이상했던 것입니다. 빛의 기사, 에린의 수호자, 영광의 팔라딘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변해버린 루의 모습은 신경질적인 중년 남성의 모습으로 다크 로드의 모습일 때 느꼈던 위압감과 카리스마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된 건, 그가 왜 돌아왔는지, 돌아와서 왜 왕위를 다시 차지했는지, 그리고 그 왕의 자리에 앉아 무엇을 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의 행동 기저에 깔린 사상은 신 - 특히 모리안 - 과 밀레시안에 대한 분노, 공포, 견제라는 것 정도는 살짝 알 수 있습니다만, 왜 그렇게까지 병적으로 변해버렸는지가 확실하게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루는 벨라에 의해 조종당했을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딱 봐도, 조종당하기 전부터 이미 제정신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벨라가 루를 통제하지 못하고 끌려다닐 정도죠.





이 미친 아저씨가 지금 뭐래는 거니



어쨌든 루는 자신의 광기에 의해 증폭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왕성의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고 페카 던젼의 마스터 리치와 죽음의 계약을 맺기에 이르지요.  사실 이 대목만 봐도 루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아무리 무서운 괴물을 데려다 놔도 '세상을 부수고 모두를 저승으로 보내버리는' 일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소울 스트림을 파괴하지 않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인 밀레시안을 물리칠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마스터 리치가 소울 스트림을 파괴하는 방법이라도 알고 있었다는 걸까요? 설마요.



어쨌든,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벨라의 정신지배를 벗어난 타라의 중요 인물들은 밀레시안에 의해 하나로 뭉쳐, 오언 제독이 파병한 군을 이끌고 타라를 탈환하기 위해 진격합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쓰고 있던 진실의 투구의 영향으로 벨라의 환영으로부터 벗어난 루는 벨라를 살해해버리고, 결국 그 자신도 전투 중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정말이지, G1때부터 등장하던 메인스트림의 중요인물치고는 허망한 최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크로우 크루아흐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만, 루 라바다는 이런 취급을 받을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간에게 실망하고 인간에게 등을 돌려, 다크 나이트가 되고 포워르와 손을 잡았지만 분명 자신만의 정의와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노력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에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날 줄도 알았던 인물이었습니다. 적어도 C1에서 묘사되었던 루 라바다, 아니 다크 로드 모르간트는 그랬습니다.


트리아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쳐버렸다는 설도 있습니다만, 생각해 보세요. G3에서 그는 이미 자기 딸의 몸에 마하를 강림시키려고 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리아 파르의 능력이 단순히 인간의 몸에 신의 힘만을 가져다 덮어씌워주는 편리한 것이 아닌 이상은 딸을 희생시키려고 했던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랬던 사람이, 딸이 죽었다고 미쳐요? 말도 안되는 소릴. 


벨라에게 조종당해서 미쳤다는 설도 설득력이 부족한 게, G16의 최종화 '피와 죽음'에서는 셰익스피어가 쓰고 있는 진실의 투구의 힘에 의해 세뇌가 풀린 루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만 루는 제정신이 돌아오긴커녕 더 미쳐버린 모습으로 벨라를 배때지를 쑤살해하고 광기 넘치는 모습으로 웃어제낍니다. 어떻게 봐도 정신 지배와는 상관 없이 미쳐있는 모습 아닙니까.......그러니까 대체 왜요? 결국 이때의 모습을 보면 루는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지나쳐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이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3-3. 음모


변해버린 루의 모습에 대한 의문은 사실 플레이어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중의 등장인물들 역시 '빛의 기사' 루 라바다의 변해버린 모습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문제는 그 중 다음의 두 대사입니다.





다음 대사에 프라가라흐 얘기가 나오는데... 프라가라흐 정리하다가 내 머리가 터질 거 같아서 관뒀습니다.



어찌 보면 G16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에레원마저도, 루를 악당이나 천하의 원수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진짜인지부터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물론 바로 다음에 '그가 들고 있던 프라가라흐는 진품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뭐 생긴 거야 어디서든 똑같이 못 만들까요. G16에서 프라가라흐가 진짜 힘을 발휘하는 장면도 전혀 안 나왔으니....






조금 뒤에 루에리에게 '그럼 나와 계약해서 에린을...' 따위의 드립을 치는 큐베라크




타르라크 역시, 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직후의 반응이 이렇습니다. 여기서는 진짜냐 가짜냐 보다는 루가 과연 '제정신'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지요. 이쪽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사실 양쪽 모두 캐릭터의 추측일 뿐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G16에서 등장한 루가 여러 모로 의심스럽다는 것 정도입니다. 외부에서의 어떤 개입이 없이 그런 모습으로 변했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만큼, 확인사살이라고 봐도 좋겠지요. 이상의 경우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1) G16에 등장한 루는 사실 진짜가 아니었다.


2) G16에 등장한 루는 신들에 의해 정신을 조작당했다.



둘 중 어느쪽이 더 가능성이 있는가를 생각해 볼까요. 만약 루가 가짜였다고 하면 가짜 루를 만들어낸 존재는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를 똑같이 닮은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가짜 루를 만들어서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좀 더 스무스하게 타라의 왕권을 얻는다' 뿐입니다. 더구나 실제로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굳이 가짜 루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가짜 에후르 마퀼 2세를 만들면 될 일입니다. 


반면에 루 자신이 조종당하고 있었을 경우라면 어떨까요. 물론 벨라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 기저에는 좀 더 깊은 레벨의 정신조작이 있었을 확률이 있습니다. 신들의 농간에 의해 제정신이 아니게 된 루는 트라아나의 환영을 보여주는 벨라에게 쉽게 동조하게 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벨라가 시키는 대로 따르지도 않았고, 오히려 더 광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타락해 갔습니다. 가능성이라면 이쪽이 높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딱히 설득력이 있지도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결국 어느쪽이던 마찬가지로 딱히 이거다! 라고 할 만한 결론은 나지 않습니다.




G16에 등장한 루의 가장 큰 문제는, 무슨 행동을 하는지, 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그저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미친 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이런 인물이 C1에서 폭풍간지와 카리스마를 내뿜던 다크 로드 모르간트라니, 더 나아가서 메인스트림의 최종보스라니 비난이 없을 수가 없죠.






3-4. 총평


실망스럽습니다. 


다른 인물이었더라면 이 정도로 혹평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인물은 루 라바다입니다. 다크 로드 모르간트에요. G1부터 나왔던 중요인물이고, 카리스마 짱짱맨이었던 밀레시안의 적이었다고요. 그런 인물을 이렇게 등장시켜서 걸레짝처럼 치워버리는 처사에는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집니다. 


어쨌든, 누아자에 이어 루 라바다까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결국, G12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을 다시 말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바로 켈트 신화의 끝입니다. 마하요? 그 불닭 아가씨도 드라마 다음 시즌 쯤 되면 그리 좋은 꼴은 안 될 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 데브캣은 정말로 투아하 데 다난이 밀레시안에게 밀려 세상의 주인이 바뀌는 것을 마비노기의 최후로 만들고 싶은 모양입니다. 딱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조금 슬프네요.





4. 마치며



드디어 6개월간 달려온 메인스트림 보스 열전이 끝났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실 한 두달쯤 일찍 끝날 수도 있었는데.... 직장 생활이 바쁘다 보니 이렇게 길어졌네요. 혹시라도 계실 지 모르는 기다리셨던 분들껜,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씀과, 오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쓴 글이 여러분들에게 어떤 기쁨을 주었다면, 그것 또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다음에, 다른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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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길고 길었던 메인스트림 보스 열전도 이제 슬슬 끝이 보입니다. 이걸로 C3의 보스들은 마무리 지어 봅시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 투안 마크 카릴&우로보로스(蛇)

 

 



 

투안의 테마곡 : 파르홀론의 왕자             우로보로스의 테마곡 : 미명(未明)의 그림자

 


G11의 스토리 상 최종보스인 투안 마크 카릴과, 전투상의 최종보스인 우로보로스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입니다. 이 둘은 에스라스와 타바르타스의 관계와 어느 정도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실제로 모든 일을 획책한 장본인과 그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라는 점은 거의 그대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로보로스는 투안이 만들거나 조종하는 존재가 아니고 칼리번의 제단을 수호하는 수호신에 가까운 존재였긴 하지만요. 그에 대한 얘기는 이제부터 천천히 하도록 하죠.

 

켈트 신화의 투안 마크 카릴(Tuan mac Cairill)은 파르홀론족의 마지막 생존자로, 전염병에 의해 파르홀론 족이 몰살당한 후 홀로 살아남은 그는 생존을 위해 22년간 이곳 저곳을 헤메 다니다가, 놀라운 일을 겪게 됩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사슴이 되어 있었던 것이죠.

 

인간일 때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그는 곧 사슴들의 왕이 되었고, 포모르 족이 에린을 침공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다음엔 멧돼지로 태어나 또 멧돼지들의 왕이 되었고, 이번에는 피르 볼그 족들이 에린을 침공하는 것을 보게 되죠. 다음 생에서는 독수리로 태어나 또 독수리들의 왕이 되고, 투아하 데 다난의 침공을 목격합니다. 그 다음에는 연어로 태어나 밀레시안들이 에린의 지배자가 되는 것을 보고, 카릴이라는 자에게 잡혀 카릴의 아내에게 먹히고 그녀의 아들로서 다시 인간으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그는 에린의 모든 역사를 기억하는 존재로서, 크리스트 교의 사제인 성 피니안에게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게 됩니다.

 

말하자면 이 투안 마크 카릴이라는 인물은 켈트의 역사를 후세에 알리기 위해 선택된 관찰자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켈트 신화에선 투안에게 관찰자라는 배역을 부여했을 뿐 그 이상의 비중을 주진 않았습니다만, 실질적으로 그리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켈트 신화에선 간과했던 그의 비극적인 면을 한껏 강조해 탄생된 것이, 마비노기의 투안 마크 카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비극의 주인공

 


우로보로스(ουροβóρος)는 그리스 어로 '꼬리를 삼키는 자'라는 뜻입니다. 뱀 또는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그림으로 흔히 표현되는 우로보로스는 원(圓)을 상징하며, 원이기 때문에 순환하고, 순환하기 때문에 무한하다고 여겨진 존재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해 유명해졌습니다만, 사실은 당시 유럽의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는 이 '꼬리를 문 뱀'의 상징성이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예, 켈트족들에게도 말이죠.

 

 

 

 

 

보헤미아 지역에서 발굴된 켈트 동전의 스케치. 왼쪽의 동전을 보면 꼬리를 물려고 하는 뱀이 보인다.

 

 

사실 조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우로보로스? 또 어디서 켈트 신화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걸 끌어들였구만'하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의외의 결과죠? 물론 당시의 켈트족이 이 우로보로... 아니, 꼬리를 문 뱀을 어떤 상징으로 활용했었는지는 이제 와선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보다 연금술이 주요 소재인 C3에서 사용된 소재이니, 연금술에 관련된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우로보로스를 사용했던 게 아닐까요.

 

중세 연금술에서 우로보로스는 처음과 끝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가진 존재, 즉 '완전'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처음과 끝의 사이에는 과정이 있게 마련이므로 자연스레 '변화'라는 의미도 가지게 되었고, '완전'과 '변화'라는 개념을 가졌으므로 연금술의 궁극의 목표였던 금의 연성을 가능케 하는 '현자의 돌'로서의 의미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자의 돌은 모든 지식을 가진 존재이므로 '지식'이라는 의미도 가지게 되었죠. 우로보로스는 그야말로 연금술의 모든 것을 함축한 의미가 된 셈입니다. G11이 실질적으로 연금술에 대한 이야기의 끝이고, G12는 연금술과는 하등 상관없는 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G11의 최종보스가 우로보로스라는 점은 꽤나 의미심장합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실제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투안 마크 카릴과 우로보로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1. 기원

 


 

 


귀찮아서 아예 한글로 표 만들어버림....

 


마비노기의 투안 마크 카릴은 '파이톤 나이트(Python Knight)'라는 이름의 인물로 처음 등장합니다. 처음엔 그림자 세계를 헤메는 중립자인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에게 덤벼드는 마타를 한방에 제압하며 포스를 풍기죠. 밀레시안에게 '신도 인간도 아닌 괴물로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라며 경고를 날리는 등, 무언가 흑막 같은 느낌을 풀풀 풍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놔 이 포샵고자 삐뚤빼뚤한 거 봐라ㅋ

 


결국 메인스트림 종반부에서는 자신이 흑막임을 밝히고 싸움을 걸어오는데, 이 녀석은 평타와 스매시, 그리고 병사들을 소환하는 것과 검은 구체를 날리는 것 외에는 아무 패턴도 없어서 쉽.... 기는 개뿔. 공격이 전혀 안 박힙니다! 거기다가 이놈이 날리는 검은 구체는 일단 맞았다 하면 잠시 경직되었다가 한방에 죽어버리는 즉사기입니다. 하지만 이때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섀도우 스톤을 사용하면 섀도우 스톤이 활성화 되면서 키홀의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키홀의 힘인 '섀도우 오브 스피리트'를 사용하면 무적상태가 해제되면서 평범하게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상태가 되죠. 공략법만 알면 딱히 어렵지도 까다롭지도 않은 적입니다.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한 전투라고 볼 수 있죠.

 

그에 비해 최종보스인 우로보로스는 크고, 강하고, 아프고, 까다로와서 아주 골치가 아픕니다. 특이한 것은 우로보로스가 흔히 알려져 있는 '꼬리를 문 뱀'의 이미지가 아니라 평범한 네 마리의 거대한 뱀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네 마리의 뱀이 체력을 공유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네마리의 뱀이 아니라 머리가 네개인 뱀일 확률도 있습니다만, 딱히 확인할 방법은 없네요.


 

 

"내 뱀을 봐줘.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  "크고.... 아름답습니다...."

 


칼리번의 제단이라는 넓은 맵의 네 귀퉁이에 거대한 뱀의 머리가 솟아 있는 모습으로, 지역 전체가 전장인 동시에 적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크기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이때는 전용의 카메라 뷰도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오히려 불편하다는 분도 간혹 있죠. 어쨌든 이놈들은 정말로 강하고 골치가 아픕니다. 네개의 머리가 정신없이 브레스를 뿜어대며 플레이어를 공격하는데 붉은색과 갈색 머리는 그냥 브레스를 쏘지만 푸른색 머리는 독 브레스, 흰색 머리는 슬로우 브레스를 뿜어댑니다. 몸통을 때려 머리를 땅으로 떨어뜨린 후 머리를 공격해야만 제대로 된 대미지가 들어갑니다만 가끔 머리로 들이받아 플레이어를 밀어내기도 하고, 배리어를 쳐서 모든 공격을 무효화하기도 합니다. 머리의 체력을 전부 깎으면 검은 색으로 변하지만, 그렇다고 죽지도 않습니다. 이놈들은 체력이 다 깎여도 죽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해대며 플레이어의 짜증을 유발합니다. 단 검은 색이 되면 중독이나 슬로우 브레스는 쓰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C3의 보스답게 우로보로스 역시 2페이즈가 있습니다. 체력을 반 정도 깎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때부터 2페이즈가 시작되는데요, G9이나 G10과는 달리 딱히 동영상이 뜨거나 하진 않고, 새로운 공격패턴이 추가됩니다. 바로 전체 브레스 공격입니다. 기존의 공격은 브레스라고 쓰긴 했지만 탄 같은 것을 쏘는 공격인데요, 2페이즈의 브레스는 말 그대로 진짜 브레스 공격입니다. 네개의 머리가 동시에 화면에 브레스를 일정 시간 뿜어내는 공격인데, 화면 중앙에 화력을 집중하는 패턴과, 외곽을 훑어내는 패턴과, 플레이어의 위치를 집중포화하는 세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세가지 모두 시작 직전 머리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다르므로 그것을 보고 피하면 된다..... 라고 공략하시는 분들이 말씀하십니다만, 솔직히 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맞아 죽고 나오 써가면서 깼습니다(....).

 

우로보로스는 꽤 신경써서 만들었는데 한번만 쓰고 버리긴 아쉬웠는지, 이후에도 그림자 미션으로 재등장합니다. 2013년 신년 이벤트에도 등장했는데, 이때의 이름은 '용을 잡아먹은 뱀'이라는 적절한 명칭이었습니다. 물론 이벤트로 등장한 거라 기존 우로보로스와는 차원이 다르게 약합니다.

 

 



2-2. 본질

 


마비노기의 투안 마크 카릴은 파르홀론 족의 왕자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쾌활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왕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평민이었던 아리안넬이라는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했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음에도 축하해 주었다, 라는 이야기로 보아 원래는 왕위 계승자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창궐한 전염병에 의해 파르홀론 족은 그야말로 몰살당해버리고 맙니다. 투안은 백성들을 돕기 위해 온 힘을 다 썼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고, 약혼자인 아리안넬마저 그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해, 그는 파르홀론 족의 유일한 생존자로 남게 됩니다.

 

물론 실제로는 완전히 몰살당한 것은 아니라서, 몇몇 아이들이 전염병으로부터 살아남아 울레이드 왕국의 북쪽 산맥에 자리잡아 작은 마을을 만들게 됩니다. 그곳이 바로 티르 코네일이죠. 당시 파르홀론 족의 아이들을 구해낸 것이 셰익스피어라는 것은 C4에서 밝혀집니다만, 그것은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찌되었던 백성을 사랑했던 투안에게, 이 모든 일은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것이 신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파르홀론 족을 두려워한 모리안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투안은 신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며 오랜 시간을 그림자 속에서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파르홀론의 수호신인 우로보로스의 힘을 가진 관으로 불멸의 육신을 얻고, 힘을 얻는 대신 불행도 안겨준다는 검 '칼라드볼그'를 손에 넣어 강력한 힘도 얻게 됩니다.

 

 

 

"위협을 느낀 자가 결국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법."

 


허나 정작 신들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칼리번이 포워르, 또 투아하 데 다난의 소유가 되며 손에 넣을 수 없었기 때문에 칼리번을 손에 넣기 위해 라흐 왕성에만 국한되어 있던 그림자 세계를 타라 전역, 그리고 탈틴까지 확장하게 된 것입니다. G9과 G10을 진행할 때만 해도 탈틴에서 시작된 그림자 세계가 타라로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모든 것은 투안이 모든 종족들이 그림자 세계에 관심을 보이게 하고, 그 안에서 칼리번의 효용을 발견해 그림자 세계로 칼리번을 가져오게 하기 위한 계략이었던 것이죠. 실질적으로는 네반에 의해 쿠르쿨레의 심장과 칼리번이 하나가 되어 브류나크로 진화했습니다만 그것 또한 투안의 계산엔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적인 생각이냐 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사실 투안은 누가 칼리번을 손에 넣던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는 칼리번을 둘러싼 분쟁이 그림자 세계를 무대로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만 알면 충분했거든요. 불멸의 육체를 가진 그는 그저 칼리번을, 혹은 브류나크를 손에 들고 그림자 세계로 걸어들어오는 멍청한 희생자를 찾아 없애버리고 브류나크를 손에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치밀했고, 완벽했습니다. 브류나크를 손에 들고 그림자 세계로 걸어들어온 멍청이가 키홀의 힘을 손에 넣은 밀레시안이라는 점만 빼면 말이죠.

 

가면을 벗은 그의 모습을 보면, 그가 실질적으로 '살아있다'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격이나 마법으로는 그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었습니다. 불사는 아니다만 불멸은 확실한 상태였지요. 하지만 키홀이 밀레시안에게 준 힘은 죽은 자의 영혼을 다룰 수 있는 힘이었으므로, 살아있지 않은 투안에게도 공격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밀레시안의 힘을 예측하지 못한 상태의 투안에게 있어 가장 위협이 되었던 것은 키홀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만, 운 좋게도 키홀은 밀레시안에게 협력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포워르들 사이에서 지배력을 잃고 내쳐진 상태였습니다. 더구나 네반의 폭주에 신경을 쓰느라 파르홀론 족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고 말이지요.

 

 

 

갑자기 좋아진 포샵실력...!!!

 

 

'사라진 종족 파르홀론'이라는 언급으로 보아 그냥 예전에 그런 놈들이 있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니, 반대로 말하면 투안 쪽에서 유일하게 위협이 되는 키홀로부터 숨어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죽기 직전에야 겨우 사태가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밀레시안에게 자신의 힘을 넘겨주었죠. 키홀의 순간적인 상황판단이 아니었더라면 투안의 계획은 분명히 성공했을 것입니다.

 

우로보로스의 경우는 뭐..... C3의 아이덴티티인 '갑툭튀한 최종보스'이기 때문에, 딱히 설정이나 이야기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나마 얼마 없는 할 말이라도 박박 긁어모아 이야기를 해 보자면, 가장 큰 특징은 본질적인 면입니다. 마비노기의 우로보로스는 칼리번의 제단을 지키는 파르홀론의 수호신이라는 설정인데요, 파르홀론 족이 칼리번을 절대신인 아튼 시미니로부터 받았음을 생각해 보면 그 칼리번의 제단을 지키는 우로보로스 또한 어떤 형태로든 아튼 시미니의 입김이 닿아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불멸의 존재로 등장합니다. 실질적으로 최종장 전투를 승리해도, 우로보로스를 처치한 것이 아니라 잠시 제압했을 뿐이라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했던 우로보로스의 원래 의미 중 '완전'을 '불멸'로 해석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은행에서 자주 보는 볼펜꽂이 같이 생겼는데...

 


칼리번의 제단의 수호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짐작할 수 있지만, 파르홀론 족의 상징과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티르 코네일의 마을 문양을 잘 보면 뱀 같은 것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아마 우로보로스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3. 총평

 


사실 투안은 굉장한 임팩트를 가진 악역입니다. G9부터 G11까지의 모든 일을 어둠 속, 아니 그림자 속에서 획책해 온 진짜 흑막이거든요. 거기다 이런 일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신들의 이기심과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랑하는 백성들을 몰살당했기 때문이라는 매우 '정당한' 명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G11의 중간부터 나타났기 때문에 좀 임팩트가 떨어졌지만, G9이나 G10에서 한두번만 슬쩍 모습을 드러내줬어도 악역으로서의 포스가 훨씬 강해졌을 것입니다. 아쉽지만 할 수 없죠. 하여튼 단순히 임팩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밀레시안들이 믿고 따르던 모리안에 대한 의구심을 심어준 것 또한 그의 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긴 뭐 이X이 X년인 걸 예상할 사람은 진작에 예상했겠지

 

 

사실 G3에서 밀레시안과 그 동료들만 결계 안에 두고 튀었을 때부터 모리안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꽤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여신이 철딱서니가 없네 쯧쯧' 정도의 반응이었지요. 하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모리안이 밀레시안에게 본성을 숨기고 있었음을 모두가 알게 됩니다.

 

이처럼 C3의 스토리에서 엄청난 지분을 담당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안의 캐릭터성은 솔직히 말하자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그야 뭐 당연히..... 등장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짚신벌레 같은 연금술사 커ㅍ.... 아니 콤비나 등장시키지 말고 차라리 투안을 더 등장시켰으면 얼마나 좋아. 덕분에 투안은 그 엄청난 존재감을 제대로 피력해 보지도 못하고 퇴장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우로보로스는 뭐...... 네. 할 말이 없네요. 잘 만든 최종보스입니다. 그뿐입니다. 이쪽은 진짜 갑툭튀 최종보스의 정점 같은 존재라서, 농담이 아니라 G11 내내 한번도 언급이 없다가 마지막에 칼리번의 제단의 수호자로 훅 튀어나와서 최종장을 덥썩 물어갑니다. 아니, 잘 만들었어요. 인정해요. BGM도 좋아요. 하지만 이건 갑툭튀도 정도가 있지. 캐릭터성 같은 건 그냥 없다고 보는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이미 한번 언급한 대로, 실질적으로 G11이 '연금술'의 이야기로선 마지막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연금술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우로보로스가 나왔다는 것은 말하자면 마비노기의 메인스트림 내에서 이제 더 이상 연금술로 할 얘기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실 G11도 연금술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긴 했습니다. 스파크 정도만 빼면 딱히 연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건덕지도 없었고요.

 

그런 점에서 미루어 보면, 우로보로스라는 보스가 가지는 상징성은 딱 한가지로 압축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연금술의 끝'이라고.

 

 

 

 

 

 



 

3. 누아자 아케트라브(銀)


 

 


 

 

누아자의 테마 : 아케트라브&팔리아스의 성좌혼자 테마곡이 두개ㄷㄷ

 

 

크로우 크루아흐가 켈트 신화의 악의 끝판왕이라면, 누아자는 선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아니 뭐, 켈트 신화에서 신이니 영웅이니 하는 존재들은 심심하면 갈려나가기 때문에 딱히 우두머리라 하긴 미묘하기도 합니다만, 일단 누아자, 혹은 누아다 아케트라브(Nuadha Airgetlám)는 투아하 데 다난의 왕이었습니다. 투아하 데 다난이라는 종족 자체가 켈트 신화에서는 신족이기 때문에, 그들의 왕이었던 누아자 역시 자연스럽게 신들의 왕이라는 위엄 넘치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 뒤에 붙은 '아케트라브'라는 말은 '은의 팔'이라는 뜻인데요, 이름 그대로 은으로 만든 팔을 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르 볼그 족과의 전투에서 오른팔을 잃은 누아자는 신들의 왕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당시 켈트 족의 전통에 의하면 '몸이 완전하지 않은 자'는 왕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누아자는 브레스 맥엘라한(Breas mac Elathan, 엘라하의 아들 브레스)에게 왕위를 넘겨주었지만 포워르인 엘라하의 아들이었던 브레스는 폭정을 하여 투아하 데 다난들의 불만을 사게 됩니다. 결국 은의 팔을 달고 재활한 끝에 다시 원래의 팔을 되찾은 누아자는 브레스를 몰아내고 또 한번 투아하 데 다난의 왕이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은 팔의 누아자'라고 불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은의 팔을 달고 있었던 건 고작 7년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은의 팔을 달고 전장으로 돌아올 수는 있었지만 딱히 그 팔을 달고 엄청난 무용을 뽐냈다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다난 족 제일의 세공사 크레드네가 만든 팔을 의술의 신이었던 디안 케트가 붙여주었지만 뭐 대단한 느낌도 아니고, '아 그냥 은으로 된 의수구만'에서 끝이에요.

 

어찌 되었던 결국 디안 케트의 아들인 미아흐(혹은 미악스)가 잘려나갔던 팔을 다시 붙여줘 완전한 몸으로 돌아오고, 폭군 브레스를 몰아내 다시 왕이 되었습니다만, 결국 제 2차 모이투라 전투에서 크로우 크루아흐에게 삼켜져 죽고 맙니다.

 

 

누아자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아서, 여기에서 전부 말하기는 힘들 정도입니다. 빛의 검 클라우 솔라스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유명하지요. 어쨌든 켈트 신화의 최고 주역이라 할 수 있는 투아하 데 다난의 왕이었으므로, 영국에서 그의 인기는 상당했다고 합니다. 누아자는 영국 본토에서는 러드(Lud)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는데, 이것이 후에 도시의 이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영국의 수도인 런던(London)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실제로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누아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1. 기원

 

 

 

 



마비노기의 누아자는, 사실 G12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미 죽은 신이었습니다. 게임의 시작, G1이나 사라진 세 용사 이야기보다 더 이전에 있었던 제 2차 모이투라 전투에서, 크로우 크루아흐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입니다. 전투 자체는 루 라바다가 마신 발로르를 물리쳤기 때문에 투아하 데 다난의 승리로 끝났지만 신이자 왕이었던 누아자를 잃은 투아하 데 다난들은 인간들의 손으로 왕정을 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바로 에후르 마퀼 1세로, 메인스트림 전체를 통틀어 몇번 언급되지 않는 안습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하여튼, 죽은 것이 분명했습니다만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었던지 G12의 초반부에 갑작스럽게 부활하게 됩니다. 호문클루스를 연성해내기 위한 실험 도중에 느닷없이 나타나 아라트의 연금술사들을 기겁하게 만들었죠.

 

 

 

 

하긴 그런 아저씨가 튀어나오면 누구든 못 믿겠지

 

 

누아자는 앞서 연성되었던 클라우 솔라스의 부름에 의해 깊은 죽음에서 되돌아 왔다고 말하며, 자신의 부활에 대한 공이 밀레시안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죽였던 크로우 크루아흐를 물리치고, 파괴되었던 클라우 솔라스를 다시 완성하게 했다고 말이죠.우리 그거 연성 저지하려고 했지 않나  그리고 단지 자신의 부활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지금껏 에린에 이뤄놓은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신족의 지위를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여기서 아무 선택지도 없는 것을 보아, 플레이어는 신의 지위를 넙죽 수락한 것 같습니다만, 이후의 전개를 보면 플레이어는 '신이 된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뭐 그건 제쳐두고, 중요한 것은 누아자가 밀레시안에게 신의 지위를 주겠다고 꼬드긴 것이 사실은 기만전략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누아자의 본심은 네반과 모리안의 힘, 그리고 브류나크에 깃든 아튼 시미니의 힘을 흡수해 진정 불멸의 존재가 되는 데 있었습니다. 여신들의 주의를 밀레시안에게 돌리고, 그 틈을 타 한명 한명씩 힘을 흡수해가기 위했던 것이죠.

 

많은 사람들(과 신들)이 그의 변해버린 모습과 행동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는 왕에 걸맞는 고결한 성품을 가진 신이었다는 것이 모두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아자의 변심이 인간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2차 모이투라 전투 당시 마신 발로르가 소환한 크로우 크루아흐에게 공포를 느낀 인간들이 신족들을 내버려두고 도주했고, 그 결과 누아자가 홀로 외롭게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죠. 이것은 인간에게 불리한 역사라고 생각한 법황청에 의해 굳게 봉인되어 있었던 기록입니다.

 

자책감을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만, 솔직히 그건 밀레시안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입니다. 뭐 에린에 오기도 전에 일어난 일까지 책임져 줄 수는 없잖아요? 거기다가 더 웃긴 건, 사실 위의 내용은 누아자의 변심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누아자가 변한 진짜 이유는 그가 죽음, 정확히는 소멸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는 것입니다.

 

 

 

 

나를, 이 아니라 나에게 겠지. 스크립트 누가 썼냐....

 

 

신조차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는 죽음과 소멸에 대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소멸하지 않기 위해, 절대신의 힘을 갈구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신의 왕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육체와 힘만으로는 절대신의 힘을 감당할 수 없기에 네반과 모리안의 힘을 얻고,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팔리아스에 간 것도 브류나크에 깃들어 있는 절대신의 힘을 끌어내 자신이 흡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누아자에게 당해 신들의 힘도 빼앗기고 브류나크의 힘도 흡수당했습니다만, 플레이어는 대단한 노력(과 인맥)으로 순식간에 브류나크의 힘을 회복해 일부나마 아튼 시미니의 힘을 손에 넣은 누아자에게 맞섭니다.


그리고 대망의 G12 최종전이 벌어집니다.






3-2. 전력


 

마비노기의 누아자는 '신들의 왕'이라는 이름이 허세가 아님을 보여주듯 꽤나 강합니다. 모리안조차도 '당신은 신들의 왕, 이미 충분히 강하다'라고 말할 정도거든요. 비록 기습에 가까운 형태이긴 했지만 네반을 한큐에 제압하는 모습도 그렇고, 실제로 싸워봐도 상당히 강합니다. 하지만 스펙이나, AI의 강함이 아니라 시스템 상 강하다는 게 조금은 아쉬운 점이죠. 대미지가 안 박히거든요!!

 

C3의 마지막인 G12의 최종보스인데다, 신들의 왕이라는 이름값을 하고 싶은 건지 누아자와의 최종보스전은 무려 3페이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페이즈의 누아자는 어떤 공격도 박히지 않는 상태이며,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을 사용해 플레이어를 공격합니다. 누아자의 공격패턴은 공중에서 활공을 하며 네반의 기술인 스피어 오브 라이트나 퓨리 오브 라이트를 사용하는 것, 클라우 솔라스(검)을 소환해 6개로 분리시켜 날리는 기술(영어 위키에서는 빛의 검Sword of Light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상에 내려와서 몸통박치기와 붕권.... 아니 차징 피스트를 사용합니다. 공격 방법이 꽤 다채롭긴 합니다만,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술이 네반의 기술인 스피어와 퓨리라는 점은 조금 우스운 일이죠.부인재산 깎아먹는 백수남편 삘 1페이즈의 클리어 방법은 모리안 여신의 깃털을 사용해 누아자가 빼앗아간 모리안의 힘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예상외로 여성 플레이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다올팔뚝이랑 가슴 때문인듯

 

 

 

플레이어가 모리안의 힘을 흡수하면 자동으로 반신화가 활성화되면서 2페이즈로 넘어가는데, 2페이즈의 누아자는 부하인 다올을 네명(혹은 네마리?) 소환해 그들에게 공격을 맡기고 자신은 그저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닙니다. 아주 가끔 가까이 다가가면 몸통박치기를 쓰긴 하지만, 굳이 다가가서 얻어맞는 플레이어는 없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하여튼 2페이즈의 클리어 방법은 다올들을 모두 물리치는 것입니다.

 

다올은 켈트 신화에 나왔던 누아자의 은 팔을 갉아먹은 투구벌레 다르브 다올(darbh-daol)이 모티브입니다만, 마비노기에서는 어째서인지 누아자의 부하로 등장합니다. 기본적으로 누아자와 마찬가지로 공격도 안 박히는데다가 붉은 색의 스피어 오브 라이트를 쏴서 큰 대미지를 입히는 까다로운 적입니다만, 이때는 섀도우 오브 스피리트의 그림자 스톡이 무한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다올들의 방보를 깎고 나면 무리 없이 물리칠 수 있습니다.






옆트임이 바람직한 모리안 여사



다올들을 모두 물리치면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한 모리안이 팔리아스에 나타나 아군으로 가세합니다. 누아자와 모리안의 짧은 대화가 끝나면 그때부터 3페이즈의 시작입니다. 3페이즈에서는 모리안과 플레이어가 합세해 누아자를 공격하게 되는데, 여전히 공중에 떠 있는 누아자는 공격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모리안과 타이밍을 맞춰 레이지 오브 윙즈를 사용해 누아자를 공격하면 지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데, 이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두들겨 패면 됩니다. 방보가 깡패라 처음에는 전혀 대미지가 박히지 않으므로 섀도우 오브 스피리트를 맞추거나, 활성화된 브류나크로 흠씬 패주면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단, 윈드밀을 사용하면 곧바로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 버리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3페이즈에서 누아자의 HP를 0으로 만들면, 대망의 엔딩입니다.






3-3. 총평



켈트 신화를 베이스로 깔고 있는 만큼, 사실 누아자 역시 언젠가는 나올 인물 1순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적으로 등장한 것이 특이한 점이라면 특이한 점이겠죠. G12의 제목인 '영웅의 귀환'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바로 누아자와 플레이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화의 누아자에게 있어 가장 큰 특징은 사실 은 팔보다는 클라우 솔라스이지만, 마비노기의 누아자는 아주 당당하게 은으로 된 팔을 달고 나옵니다. 물론 원래 팔이 멀쩡하게 달려 있어서 은으로 된 의수라기보단 그냥 갑옷 같은 느낌입니다만, 우습게도 등장 당시엔 강X의 연X술사의 표절이니 뭐니 하는 되도 않는 욕을 먹어야 했던 웃지 못할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쪽이 원조가 아니라니까요?이번 글도 저작권이 위험하다



또 한가지 누아자의 의의라면 역시 누아자 세트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누아자는 죽어서.... 아니 안죽었지만, 하여튼 누아자는 누아자 세트를 남긴다고 누가 말했습니다. 여존남비의 마비노기에서 유일하게 남캐용이 여캐용보다 고가에 거래되는.... 아니 되던? 시세는 어두워서 확실하지 않네요. 하여튼 과거엔 확실히 남캐용이 더 고가였습니다.

 

실질적으로 누아자는 팔리아스에 봉인되었을 뿐, 죽거나 소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밀레시안이 막타를 못친' 보스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긴 했습니다만, 죽지는 않았어도 어쨌든 일시적으로 쓰러뜨리고 힘을 약화시킨 점에서 승패가 갈렸다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제외시켰습니다. 아튼 시미니의 힘을 흡수했으므로 불멸의 존재가 된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등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G16의 에필로그에 팔리아스에서 키홀과 함께 사이좋게 잉여짓(....)을 하고 있는 모습만 등장하고 그 뒤로는 일절 소식이 없네요.

 

마지막이자, 가장 큰 의의를 말한다면, 플레이어에게 주겠다고 말했던 신으로서의 지위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상 G12때의 제안은 그저 기만에 불과했습니다만, 이때를 기점으로 플레이어는 자신이 에린을 수호하는 신족의 지위를 얻을 수도 있음을 확실하게 자각하게 됩니다. G16이 되면 모리안으로부터 확실하게 인정까지 받게 되지요. 그 신의 지위 덕분에 드라마에서는 험한 꼴을 당하게 되지만요. 그 얘기는 또 C4의 보스들을 다루며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상, 크로우 크루아흐에 누아자까지 나온 시점에서, 마비노기가 가지고 있던 켈트 신화로서의 소재는 거의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마 C4가 난데없이 켈트 신화와는 동떨어진 '셰익스피어'를 들고 나온 데엔 그런 속사정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C4에서도 켈트 신화에서 등장한 소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메이저한 소재는 이것으로 끝, 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우로보로스가 연금술의 끝을 상징한다면, 누아자는 켈트 신화의 끝을 상징한다고 봐도 좋겠죠. 

 

 

 

 

 

4. 맺으며

 

 

이것으로 4편도 끝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C4의 최종보스들 뿐이네요. 사실 C4의 보스들은 할 말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힘내서 마지막까지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결과에 따라, 드라마에 관련된 내용도 쓸지 말지 정해야겠지요.

 

그럼 또 멀지 않아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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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안녕하십니까. 라일페네스입니다! 매달 글을 쓰다니 예전의 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군요. 어찌되었든, 이번에는 C3 '연금술사'부터 시작입니다. 인사는 이쯤 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 봅시다.




2. 클라우 솔라스(劍)





클라우 솔라스의 테마곡 : 빛의 반격(그림자 진혼곡)




켈트 신화의 클라우 솔라스(Claíomh Solais)는 투아하 데 다난의 왕이자 신이었던 누아자 아케트라브의 검으로 '불의 검', '빛의 검' 등으로 불리웠던 명검입니다. 신들의 도시인 핀디아스에서 지켜지던 검으로 그 이름 자체가 게일어로 빛의 검(Sword of light)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이름이 클라우 솔라스였는지, 아니면 따로 이름이 있는 검이 클라우 솔라스로 불리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검신에서 강렬한 빛을 뿜어내 상대의 눈을 가리며, 검신에 주문이 새겨져 있어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설대로라면 그야말로 최강의 검이겠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결국, 크로우 크루아흐한테 패배했죠. 




드디어 이 짤방을 쓸 때가 왔구나!


실질적으로 그 이름과 위광에 어울리지 않는 안습함을 가진 검입니다. 절대로 빗나가지 않고, 어떤 갑옷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검 '프라가라흐'를 가진 마나난 맥리르도 결국 밀레시안들에게 패해 티르 나 노이로 이주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하기사 이때 프라가라흐는 루 라바다가 가지고 있었겠지만), 의외로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보통의 전설에서 이런 무기를 가진 영웅들은 전장에서 패하거나 죽는 일은 잘 없잖습니까? 천수를 누리며 살다 죽거나, 아니면 통수 맞거나 하지.


어쨌든, 켈트 신화의 이야기는 이쯤 하고 다음으로는 게임 내에서 실제로 등장하는 클라우 솔라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1. 기원




※왼쪽부터 순서대로 초급, 중급, 고급, 하드 레벨의 스펙입니다.


생명력 :     7,000   14,000  28,000  56,000

방어/보호 : 40/25   50/30   70/39   80/44

공격력 :         ?         ?        ?         ?

전투력 :     9,999   19,998  29,997  39,996

경험치 :     5,000   10,000  17,500  35,000

속성 : 무(無)




마비노기의 클라우 솔라스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신화에서와 마찬가지의 검과, 메인스트림의 최종보스입니다. 본래의 클라우 솔라스는 투아하 데 다난의 전 왕이었던 누아자의 정령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정령이라는 게 설마..... 남정령이구나


G9의 중반부 쯤에 안드라스가 언급하기도 하므로, 켈트 신화를 모르시던 분이라도 다들 아실 만한 내용입니다만, 문제는 이 검이 가진 힘입니다. 마비노기에서의 클라우 솔라스는 단순히 강력한 힘을 가진 검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마비노기에서 가장 실력 있는 마법사(드루이드)라고 할 수 있는 베이릭시드의 말에 의하면, 클라우 솔라스에는 원래부터 절대 암흑의 세계, 노이타르 아라트를 열 수 있는 힘이 있었다고 합니다. 노이타르 아라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딱히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만, '핀디아스의 운명이 작동했다'라는 말로 미루어 보아 무언가 신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정도는 가능합니다. 확실한 것은 클라우 솔라스가 열 수 있다는 노이타르 아라트는 암흑의 에르그가 존재하는 세계이고, 그 암흑의 힘이 연금술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족들이 파괴되었던 클라우 솔라스를 다시 한번 연성하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노이타르 아라트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클라우 솔라스를 복원하여 그 문을 열고 암흑의 에르그를 최대한 받아들인 후 그 에너지를 이용해 에린을 통째로 다시 연성하려고 했던 것이죠. 루 라바다, 플레이어와 함께 에린의 수호자라고 불렸던 제 2차 모이투라 전투의 영웅 팔론이 마족에게 협력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평생 마족과의 싸움만으로 살아왔지만 전우들을 하나씩 떠나보낸 그에게 남은 것은 지금까지 그가 해 온 모든 것이 전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는 자괴감 뿐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에린을 통째로 새로 연성해, 새로이 태어난 에린에서 모든 불합리함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생각에 빠져 마족들에게 협력했던 것입니다. 그런 소리를 할때까지만 해도 클라우 솔라스의 연성은 실패한 것으로 다들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아, 이 녀석이 G9 최종보스구나...' 하는 생각을 다들 하고 계셨겠지만, 뭐..... 그 결과는 다들 아시죠?



그럼 이제부터는 두번째, 즉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스트림 최종 보스로서의 클라우 솔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종보스로서의 클라우 솔라스는 불완전한 연성의 여파로 인해 하반신이 없는 거대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등 뒤에 달린 날개가 인상적이지만, 사실 잘 뜯어보면 등 부분의 피부가 열려있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쪽을 보면 무언가 금속 같은 것이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 인간형일 뿐 생명체는 아니라는 것도 확실하죠. 하여튼 시끄러운 괴성에 번뜩대는 안광, 험악한 인상 등으로 꽤나 강력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외관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꽤 강력합니다. 하반신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팔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 정도밖에 움직임이 없어서 뒤나 옆에서 때리면 쉽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 놈은 두 팔로 땅을 내리쳐서 충격파를 일으키는 기술이 있습니다. 전방위인데다가 범위도 꽤 넓고, 지속시간도 길어서 엄청 까다로운 기술입니다. G9이 나왔을 당시에는 아직 윈드밀에 무적시간이 있었지만, 윈드밀의 무적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대미지를 입을 만큼 지속시간이 길어서 짜증이 났었죠. 거기다가 그게 끝이 아닌게, 이 녀석은 양 팔로 땅을 짚고 돌진하는 기술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앗 하는 순간에 돌진해 오는데다가, 이동 거리도 장난 아니게 길고 대미지도 아픈 기술이라 많은 플레이어들의 축포를 앗아갔습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클라우 솔라스가 마비노기 최초로 2페이즈 이상의 패턴을 가진 적이라는 점이죠. 클라우 솔라스의 체력을 1/3 정도로 깎으면 이벤트 동영상이 나오면서 2페이즈로 돌입합니다.  2페이즈가 되면 클라우 솔라스가 한번 쓰러졌다가, 자기 스스로를 다시 연성(도서관의 다시 보기에 분명히 '자가 연성'이라고 명시되어 있음)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때 외관이 살짝 변하는데, 등 뒤에 달려있던 날개가 도끼와 칼로 이루어진 사이보그틱한(?) 디자인이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연성 전의 본체는 검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등짝.... 등짝을 보자...!!!


어찌됐든, 명색이 2페이즈인 만큼 외형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패턴도 추가됩니다. 바로 많은 플레이어들이 치를 떨었던 판넬(?) 공격입니다. 등 뒤의 날개에 달려있는 칼을 유저들에게 하나씩 날려 보내는 공격인데, 이게 유도 성능이 꽤 좋은데다 재수 없으면 몰빵을 얻어맞을 수도 있는지라 패턴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유저들이 순식간에 묘지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실은 한쪽 방향으로 쭉 달리기만 해도 피해집니다만.   


이 상태에서 다시 체력을 2/3 정도 깎으면 또 한번 이벤트 동영상이 나오면서 3페이즈로 넘어갑니다. 케이와 레이모어가 전투중이던 곳의 지붕을 연금술로 날려버리고, 아드니엘의 뿔피리를 불라고 말하죠. 3페이즈의 클라우 솔라스는 2페이즈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이 때는 아드니엘의 뿔피리를 맞기 전까지는 모든 공격의 대미지가 1만 들어가는 상태가 되죠. 뿔피리를 불어 아드니엘을 소환하고, 아드니엘이 사용하는 메테오를 맞아야만 비로소 정상적으로 대미지가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아, 물론 스펙이 괴랄한 일부 플레이어들은 이 상태의 클라우 솔라스를 때려잡기도 합니다. 아마 강제적으로 대미지가 1만 들어가는 상태는 아니고, 보호가 무지막지하게 높아진 상태일 것이라고 추측되네요. 




2-2. 본질


위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클라우 솔라스도 사실 꽤 갑툭튀한 보스 캐릭터에 속합니다. 클라우 솔라스를 연성하고 있다, 라는 이야기는 G9 내내 계속 해 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칼 얘기였지 이름만 딴 상반신짜리 괴물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던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팔론이 최종보스일 거라고 상상했던 저의 예상은 아주 멋지게 빗나가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 때처럼 팔론과 클라우 솔라스를 동시에 적지 않은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팔론 그 자체로도 할 말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나름 미중년인 팔론 아저씨



기왕 기회가 왔으니 여기에서 팔론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자면, 팔론 자체는 꽤 흔한 퇴역군인 스타일의 캐릭터입니다..... 물론 아직 퇴역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온 인생을 다 걸고 국가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싸웠는데, 다 늙어서 뒤돌아보니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그저 사랑하던 동료들과 충성스러운 부하들만 자기 곁을 떠났더라..... 나는 대체 이때까지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가... 하는 식의 고뇌를 하고, 또 그 고뇌의 끝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군인 캐릭터는 갈퀴로 쓸어담을 만큼 흔합니다. 영화 '더 록'의 험멜 장군이라던가, 메탈기어 시리즈의 빅 보스 같은 캐릭터가 대표적이겠지요. 예로 든 캐릭터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뭐 역시, 자기 스스로가 최종보스가 아니라는 점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 놓고 최종보스가 아니니 비중이 적어질 수밖에 없죠. 검으로 연성되어 마족의 힘을 듬뿍 담은 클라우 솔라스를 휘두르는 최종보스 캐릭터로 나왔더라면 간지가 쩔어줬을 텐데, 아쉬운 일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클라우 솔라스에 대해 가장 의문스러운 점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역시 그 자체에 대해서입니다. 왜냐하면 마족들은 사실 클라우 솔라스를 복원해 내려 했던 것이지, 괴물로 연성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족들이 클라우 솔라스에게 기대한 것은 노이라트 아라트의 문을 여는 열쇠로서의 기능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능하기 위해선 사실 자아가 있는 괴물의 형태 따윈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요. 


크로우 크루아흐의 어둠에 먹혀 추악한 괴물로 재탄생했다, 라는 이야기도 말이 안됩니다. 마족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클라우 솔라스를 복원하려면 최초의 형태 그대로의 모습을 복원하려고 하지, 누가 어둠에 먹혀 추악해진 모습으로 굳이 연성하려고 하겠습니까? 어둠에 먹혀 추악한 모습으로 연성되었다, 라기보단 암흑의 에르그에 의해 검에 깃들어 있던 정령이 변질된 모습이라고 보는 게 그나마 납득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그러니까 검남이....




그러니까 음.... 굳이 말하자면 이런 느낌...? 저작권이 위험하다



예상이긴 합니다만, 그런 개연성이 부족한 클라우 솔라스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넣은 설정이 바로 케이에 대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케이가 포워르들을 도와 연금술의 실험을 돕고 있었던 것은 죽은 자신의 애인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즉, 인체연성을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포워르들이 그림자 세계에서 그저 칼이나 복원하는 연성을 하고 있었다면 케이가 거기에서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을까요. 결국 케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클라우 솔라스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암시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제 예상입니다. 아, 물론 당시엔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일입니다만.


그리고 액션 게임의 보스처럼 페이즈마다 형태와 공격 패턴이 변하는 최종보스라는 점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술력이 부족했었는지, 아예 다른 캐릭터로 대체하는 방법을 사용하긴 했습니다만 그런 것을 이벤트 동영상으로 커버하는 것도 나름 신경을 쓴 흔적이라고 해야겠죠.


개인적인 감상이긴 합니다만 G9을 기점으로 보스전과 엔딩의 BGM이 상당히 좋아진 점도 꽤나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라우 솔라스 전용 BGM인 '빛의 반격'부터 G12의 엔딩곡인 '연금술의 시대'까지, C3에는 버릴 곡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3. 총평


사실 필자는 이전에 썼던 글에서 G9의 메인스트림을 꽤 혹평했습니다만, 클라우 솔라스는 꽤 잘 만들어진 보스 캐릭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마비노기라는 게임 시스템 상, 메인스트림의 최종 보스라는 녀석은 한번 클리어한 이후에는 딱히 더 볼 일이 없거든요. 그런 만큼, 처음의 임팩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런 면에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또 클라우 솔라스를 시작으로 해서 C3의 모든 보스들은 2페이즈 혹은 2차전을 하도록 시스템되었고,  무조건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한가지씩 존재하는 약점을 공략하는 방식도 계승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점들이 꽤나 맘에 들었기 때문에 C4의 보스들이 다시 예전같은 원패턴으로 돌아간 점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하여튼 C3 한정으로 이야기하자면 뒤에 등장할 보스들의 패턴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3. 도플갱어 케이(影)





도플갱어 케이의 테마곡 : 소울스트림의 그림자압박쩌네




아실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도플갱어는 원래 켈트 신화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도플갱어, 혹은 도펠갱거(doppelganger)는 독일의 전설로, 이중으로 걷는 자(double walker)라는 뜻입니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누군가를 발견하게 되면, 그 대상에게는 불운이 찾아온다는 전설이죠. 죽는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고, 더 나아가서는 세상 어딘가에는 자신의 도플갱어가 둘이 있는데 셋이 모이면 큰 저주가 내린다던가, 죽는다던가 하는 버전도 있습니다. 현대에는 그냥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만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그러나 절대로 자신은 아닌 무언가 라는 존재는 인간의 자의식을 위협하는 존재로 사실 어느 시대에나 있어온 괴담입니다. 왜, 우리 나라에도 있잖아요? 쥐가 손톱을 갉아먹고 그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자기 행세를 하는 이야기라던가. 도플갱어는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괴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마비노기의 메인스트림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도플갱어 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3-1. 탄생



※왼쪽부터 순서대로 초급, 중급, 고급, 하드 레벨의 스펙입니다.


생명력 :       ?        ?       ?      ?

방어/보호 :  ?        ?       ?      ?

공격력 :      ?        ?       ?      ?

전투력 :     9,999   19,998  29,997  39,996

경험치 :      ?       ?       ?      ?

속성 : 무(無)


도플갱어 케이의 스펙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정보도 없습니다. 이는 도플갱어 케이의 스펙이 바로 플레이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어딜 뒤져봐도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도플갱어 케이는 사실 최종전까지 가기 전에는 도플갱어라는 이름이 무색한 존재입니다. 케이의 도플갱어인 것이 아니라, 케이 그 자신이기 때문이죠. 거기다가 사실 최종전에서 플레이어를 인식하고 복제하기 전의 모습을 보면 케이도 아니고 웬 '섀도우 연금술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 어디가 도플갱어야. 



바로 이 모습. 날개가 달려서 키홀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어딜 봐도 섀도우 연금술사다



어쨌든, 그 정체는 바로 칼리번의 암흑의 에르그에 물들어 어둠의 존재가 되어버린 케이입니다. 암흑의 에르그라는 것이 키홀의 그림자의 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키홀은 어둠의 존재가 된 케이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충만한 에르그의 힘에 의해 실린더나 결정이 없이도 연금술을 사용하며 그림자 세계에 진입한 투아하 데 다난의 병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공포를 심어주었지요. 바로 이 '그림자 연금술사섀도우 연금술사와 그림자 연금술사가 대체 무슨 차이냐고 물으면 지는 거다' 케이의 소문이 플레이어를 다시 한번 그림자 세계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도플갱어 케이와는 이야기의 중후반부 쯤에 한번 싸울 기회가 있긴 한데, 이때는 아직 신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크게 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패시브인지 액티브인지 몰라도 체력을 회복하는 스킬이 있어서 운이 나쁘면 하루 종일 싸워야 하기도 합니다. 이때 도플갱어를 물리쳐도 스토리상으로는 패배하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베타버전인데도 킹왕짱 밀레시안을 이기는 걸 본 키홀은 꽤나 기분이 좋아졌는지 쓰러진 밀레시안 앞에서 많은 비밀들을 주절주절 말해주는 전형적인 악역의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아니 뭐, 알아도 사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으니 그리 실수도 아닌지도...


겨우 목숨을 건진 밀레시안이 코르에 피신해 있던 와중에, 타라의 군대는 쿠르쿨레의 심장을 탈환하기 위해 그림자 세계에 진입했다가 포워르들의 군세에 포위되고 맙니다. 구하러 들어간 밀레시안 이하 병력들도 꼼짝없이 포위되고, 설상가상으로 겨우 확보한 쿠르쿨레의 심장은 네반이 가지고 튀어버립니다. 결국 이때 타이밍 좋게 나타난 엘라하의 제안에 의해 키홀은 인간의 군대를 그림자 세계 밖으로 내보내주는 조건으로 엘라하의 신의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도플갱어 케이에게 주입해, 신의 힘을 가진 도플갱어를 만들어내게 되지요. 네반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또 자식이 눈앞에서 희생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하지만 때마침 나타난 모리안에 의해 분노를 거두고 밀레시안에게 소울스트림의 미래를 맡깁니다. 물론 완전히 분노를 접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G11로 이어지게 됩니다만 그건 그때 가서 이야기하죠.







음... 하지만 그정도 능력만 가지고는 좀 무리지 싶은데 그거



메인스트림 최종보스인 도플갱어 케이와의 전투는 C3의 보스답게 2페이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페이즈의 도플갱어 케이는 케이가 반신화를 사용한 것과 같은 모습인데요, 네반의 아들인 엘라하의 힘을 흡수한 도플갱어답게, 네반의 반신화 능력인 스피어 오브 라이트와 퓨리 오브 라이트, 그리고 연금술 스킬들을 사용해서 공격해 옵니다. 문제는 이 녀석이 단순히 신의 힘을 사용한다는 게 아니고, 아무 공격도 안 박힌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도망다니는 수밖에 없죠. 단, 퓨리 오브 라이트가 끝나고 나면 잠깐 폼을 잡으면서 플레이어를 도발하는데요, 이때 안드라스의 오르골을 사용하면 괴로워하면서 빈틈을 보여줍니다. 이때를 잘 노려 라이프 드레인을 두세번 사용하면 짧은 이벤트 동영상과 함께, 플레이어가 케이가 가지고 있는 신의 힘의 일부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반신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2페이즈가 시작되는데요, 이때부터는 케이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모습을 복제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이때부터가 진짜 도플갱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도플갱어가 플레이어의 모습을 복제한 이후부턴 BGM이 '소울스트림의 그림자'로 바뀌고, 좀 더 본격적으로 공격을 해 옵니다. 1페이즈와 마찬가지로 반신화의 힘을 이용해 공격해 오는 것 뿐만이 아니라, 분신을 소환하기도 합니다. 



2페이즈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플레이어가 도플갱어를 공격할 때마다 그 반 정도의 대미지를 자신도 입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오버스펙의 밀레시안들이 콱 하고 공격을 찔러넣었다가 되려 억 하고 죽는 경우도 꽤 있었지요. 하지만 재미있게도, 바로 이 전투에서는 나오 대신 모리안의 가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성기(...) 시절의 나오처럼 모리안이 3번까지는 무료로 부활을 시켜주므로, 한두번 실수를 해서 죽었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이런 저런 제약이 걸려 있긴 합니다만 보스인 도플갱어 케이 자체는 크게 강하거나 어려운 적은 아닙니다. 그저 공략법이 까다로울 뿐이지요.

어찌되었든,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도플갱어 케이와의 전투는 마비노기의 모든 보스 중에서 가장 공들인 흔적이 많이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 솔라스 때부터 생긴 2페이즈 이상의 전투 방식도 그렇고, 오르골을 이용해 약점을 공략하고 라이프 드레인을 이용해 신의 힘을 빼앗아 오는 공략법도 그렇고, 심지어 BGM도 흔한 그림자 보스 BGM인 '아라트의 그림자'였다가 2페이즈부터 진짜 테마곡인 '소울스트림의 그림자'로 변하는 것이 그야말로 굉장히 신경쓴 흔적을 팍팍 보여주거든요. 곡 자체도 굉장히 훌륭한데, 한 네티즌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this music is all like "Time to save the world again!"" 라고 코멘트 할 정도입니다.





3-2. 본질


뭐라고 해야 할까요. 위에서 클라우 솔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2페이즈 이상 있는 거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C3 보스들의 경향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여기까지만 봐도 한가지 경향이 또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뜬금없이 갑툭튀한 녀석이 최종보스 포지션을 맡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C3의 보스들은 G12의 최종보스인 누아자를 제외하면 전부가 갑툭튀한 녀석들입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클라우 솔라스도 그렇고, 케이 역시 그렇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신의 힘을 가진' 도플갱어 케이가 뜬금없다고 봐야죠. 케이 자체는 칼리번에 잠식되어버린 그림자 연금술사로 G10의 초반부터 언급되었고, 중반부에는 실제로 한번 싸우기도 합니다. 최종보스까진 몰라도 '아 저놈은 잡아서 원래대로 되돌리던가 죽이던가 해야겠구나'하는 감은 오는 상대였지요. 하지만 거기에 신의 힘을 집어넣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반전이나 그런 게 아니고, 그냥 갑툭튀였다고 봐야죠. 키홀이 엘라하의 힘을 노리고 있다는 암시라도 있었다면 '아 이러려고 그랬구나'하는 생각이라도 들었겠지만.... 뭘 바라겠습니까. 





딱 말투부터 '아 이건 또 어디서 튀어나온 말뼈다귀야'하는 느낌이구만 뭘 처음부터 계획한 척을 해



어찌되었든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신의 힘을 가진'이란 부분은 빼고 그냥 케이에 대해서만 조금 이야기하자면 꽤 불쌍한 남자입니다. 에린 최고의 드루이드인 베이릭시드의 마지막 제자로, 꽤나 앞길이 창창한 드루이드였습니다만 사랑하는 여인을 병으로 잃고 말았고, 그녀를 되살리기 위해 인체연성에 손을 대고, 마족과 손을 잡는 일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선역으로 돌아서나 했지만 클라우 솔라스의 자폭에 휘말려 죽어버린 친구 레이모어를 되살리고 이번엔 자신이 죽음에 가까운 형태로 칼리번에 잠식당하죠. 결국 '그림자 연금술사'가 되어 같은 인간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키홀의 수족으로 부려집니다. 결국 G10의 마지막에선 구원받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가 걸어온 길, 저지른 일들이 전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레이모어와 케이는 마치 C1 시절의 타르라크와 루에리를 그대로 오마쥬한 것 같은 캐릭터들입니다. 그리고 끝없이 절망만 맛보면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케이는 루에리의 전철을 거의 그대로 밟았습니다. 다행히도 G10에서 구원을 받았으므로 루에리같은 막장으로 떨어지진 않았고, 왕정 연금술사로 되돌아갔으니 앞날도 그리 어둡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우리가 알지도 못할 앞날 따위 뭐가 중요합니까(....). 케이가 실존 인물이었다면 결코 없어지지 않을 과거의 상처와, 자신이 저지른 만행들에 대한 후회로 심각한 정신병을 앓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지 아마.



'신의 힘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자면 역시 엘라하만 불쌍하게 됐지요. 엘라하는 그 특이한 태생 덕분에, 인간에게도, 신에게도, 마족에게도 섞이지 못하고 홀로 그림자 세계를 떠돌며 외롭게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그림자 세계에서 살아갔더라면 그냥 불쌍한 정도로 끝났겠지만, 결국은 그 태생이 발목을 잡아 목숨까지 잃게 됩니다. 안드라스(와 나머지 병사들)를 지키기 위한 희생이라고 해도 좋지만,  그렇다고 불쌍함이 덜해지진 않지요. 


그리고 사실 그 불쌍함이 절정에 달하는 부분이 안드라스의 오르골 소리에 괴로워하는 도플갱어 케이입니다. 육체는 사라지고, 정신도 사라지고, 오직 힘만 남아 케이에게 흡수되어 있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엘라하는 그 자신이 안드라스에게 준 그 오르골 소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저, 사태를 해결하는 작은 실마리가 된 것 뿐이죠. 케이와 엘라하라는 2대 안습 캐릭터가 합쳐져서 G10의 최종보스인 도플갱어 케이는 완성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순간의 브릴리언트한 아이디어로 만들어 낸 도플갱어 케이는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소울스트림의 일부도 파괴하지 못한 채 밀레시안에게 저지당했고, 하나뿐인 혈육을 잃은 네반은 빡이 돌대로 돌아서 아예 티르 나 노이를 타괴할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사태가 돌아가는 모양이 영 좋지 않다고 느낀 키홀은 밀레시안에게까지 손을 벌려가며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 보려고 합니다만, 결국 G11에서 대차게 얻어맞고 리타이어하죠. 이 모든 게 다 도플갱어 케이의 여파입니다.




농담아니고 진짜 한방에 훅가셨습니다 아이고 키홀님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요. 혈육을 잃은 네반의 분노와 가족을 잃은 제너의 분노 앞에서는 신인 키홀조차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안드라스가 끼어 있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3-3. 총평


스토리상으로는 조금 급조된 감도 있습니다만, 도플갱어 케이는 꽤 잘 만든 보스 캐릭터입니다. 의외로 진지하게 분석하고 보니 C3도 생각만큼 개판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는 훼이크고. 한참 붙잡고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의외로 괜찮은 ' 정도의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시나리오라면 사실 온라인 게임의 시나리오로 좋은 소리 듣기는 힘들죠. 그치만 지금 여기는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는 아니니까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보스 캐릭터 자체는 임팩트가 적다, 라는 단점만 제외하면 꽤 잘 만들어졌습니다. 2페이즈 이상의 전투, 약점을 공략하는 전투 방식, 실수를 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존재 등등, 왜 지금까지 이렇게 못했나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한번 전투의 패턴에 익숙해지면 엄청나게 쉬워지는 것이 이런 보스의 단점입니다만, 클라우 솔라스 때도 언급한 것처럼 메인스트림의 보스라는 것은 보통 단발성 캐릭터잖아요? 더구나 G10의 보스는 1:1 전투인만큼 공략법을 안다고 딱히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 아, 왕정 연금술사가 있구나. 하여튼.


그리고 무엇보다, 도플갱어 케이는 메인스트림 최초로 아군이 적이 된 상황을 연출해 스토리의 임팩트를 높였습니다. 루에리 같은 경우는 엄밀히 말해 아군(타르라크, 마리)의 동료였을 뿐이고 실제로 우리를 도운 적은 한번도 없죠. 하지만 케이는 G9의 최후반부에 같이 싸운, 확실한 아군이거든요. G11에서 다시 아군이 되었지만 적보다 더 욕을 먹었다는 불편한 진실은 살짝 가려둡시다. 네. 


어찌 되었든 G10이라는 메인스트림 자체가 G11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고, 이 도플갱어 케이의 존재는 G10과 G11을 관통하는 꽤나 중요한 존재입니다. 게임적으로 말하자면 플레이어에게 '반신화'라는 강력한 힘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고요. 다 잘 만들어졌지만 보스 캐릭터로서의 임팩트가 적은 것이 유일한 흠입니다.





4. 맺으며


역시나 C3의 보스들을 한번에 전부 소개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꽤 분량이 길어졌네요. 메인스트림 보스 열전 3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에는 C3를 끝내도록 하고, C4의 보스들은 또 그 뒤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C4야말로 제발 한번에 끝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럼 멀지 않아 또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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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안녕하십니까, 라일페네스입니다. 메인스트림 보스 열전 제 2편입니다. 사실 동일한 주제를 가진 글을 연속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서문이 필요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 내용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 크로우 크루아흐(龍) 

크로우 크루아흐, 또는 크롬 크루아히(Crom Cruach)는 켈트 신화의 끝판왕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겹쳐진 바퀴'라던가, '무덤의 초승달'이라고도 불리는 크로우 크루아흐에 대한 묘사는 대놓고 악신惡神이며, 일반적인 켈트 신화의 신들과는 달리 인격신도 아닙니다. 누아자는 모이투라 평원에서 키홀의 전대 마신이었던 사안의 발로르가 소환한 크로우 크루아흐와 맞붙어, 그의 검 클라우 솔라스로 크로우 크루아흐를 말 그대로 찢어발겨버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크로우 크루아흐의 정체는 암흑 그 자체였습니다. 누아자가 찢어발긴 것은 암흑이 뒤집어 쓰고 있던 뱀의 껍질에 불과했던 것이죠. 누아자는 암흑에 휩싸여 살해당하고, 누아자의 사후 투아하 데 다난의 왕은 루 라바다가 이어받게 됩니다. 

크로우 크루아흐의 이름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피 묻은 머리'라거나 '언덕의 제왕', 혹은 '피투성이의 사악한 자' 등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느쪽이건 간에 그리고 온건한 뜻은 아니니 크로우 크루아흐의 성격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켈트 신화의 신들은 대부분 인격신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은 신이라기보단 영웅에 가깝습니다. 영웅적인 면모를 보인 인간을 신으로 추대했다, 라는 느낌이죠. 하지만 크로우 크루아흐는 암흑 그 자체로서, 말 그대로 자연 혹은 운명 그 자체를 상징하는 최고신으로 보입니다. 그에 대한 켈트 민족의 공포는 그야말로 절대적이었으므로, 그들은 자식들을 바치는 끔찍한 인신공양까지 하면서 크로우 크루아흐를 숭배했습니다. 이 행사는 무려 5세기가 되어 크리스트 교가 전파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실제로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크로우 크루아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1. 기원 




그분의 존안



생명력 : 12,000 
방어/보호 : ?/? 
공격력 : 900~1700
전투력 : 9,999  
경험치 : 8000 
속성 : 무(無) 

마비노기의 크로우 크루아흐는 G3의 최종보스이자 최종보스가 아닙니다. 실제로 밀레시안이 싸우고, 파괴한 것은 크로우 크루아흐 본인.... 아니, 본룡이 아니라 크로우 크루아흐의 모습을 따서 만들어진 석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가 아니었어도 그 강력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스펙만 딱 봐도 아시겠지만, 글라스 기브넨이나 타바르타스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입니다. 전투력은 9,999로 글라스 기브넨과 동일하지만 생명력은 무려 2.4배에 최고 대미지는 11배가 넘습니다. 이건 뭐 비교하기가 미안해질 정도네요. 

마비노기의 크로우 크루아흐는 사실 원전에 매우 충실한 면이 있습니다. 글라스 기브넨처럼 젖소가 결전병기로 둔갑한 것도 아니고, 타바르타스처럼 없던 게 갑툭튀한 것도 아니고, 에스라스처럼 드루이드가 네크로맨서가 된 것도 아니죠. 다만 원전에서는 거대한 뱀 정도로 묘사되었던 것이 드래곤으로 변하긴 했습니다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사안의 발로르가 제 2차 모이투라 전투 당시 크로우 크루아흐를 소환하여 은팔의 누아자를 살해한 것은 유명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가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적의 우두머리를 없앤다는 소환의 목적을 달성한 뒤에는 돌아가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고작 그정도의 정보가 고작이었던 G1 당시에는 꽤나 무시무시한 존재였고, 언젠가는 나올 것만 같은 보스 2순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순위요? 그야 물론 키홀 아니었겠습니까. 

그리고 G3가 되자, 크로우 크루아흐에 대한 더 많은 사실이 공개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놀라운 사실은, 루에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크로우 크루아흐에게 '제물'로 바쳐진 존재였다는 점입니다. 루에리의 아버지였던 이멘 마하의 영주가 크로우 크루아흐를 소환하여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언젠가 크로우 크루아흐를 불러낼 심산으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첫번째 아이를 드래곤의 제물로 바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대외적으로는 영주의 아들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아니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자라던 루에리는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이멘 마하를 떠나 방랑 전사로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얘가 나중에


이런 아저씨가 된다 이거지.....





하여튼 그렇게 루에리의 과거에 대한 떡밥 정도로 끝나는가 했는데, 실제로는 G3의 최종보스 포지션이었다는 충격적인 전개가 펼쳐집니다. 당연히 많은 유저들이 벙찔 수 밖에 없었지요. 사실 리아 파르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플레이어들도 NPC들도 모두 키홀의 목적은 마하의 부활일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인간을 증오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하를 리아 파르를 통해 부활시켜, 인간들을 몰살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라는 것이 모두의 예상이었고, 이야기 자체도 그렇게 진행되었습니다. 크로우 크루아흐에 대한 떡밥은 그저 루에리가 얼마나 불쌍한 인물인가에 대한 설정이라고 생각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아 파르를 파괴하기 위해 바올 던전에 잠입한 플레이어는 자신이 실제로 파괴한 것이 리아 파르가 아니라 그저 크로우 크루아흐를 가둬둔 봉인일 뿐이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엥? 마하가 아니라? 사실 이 부분의 연출력이 조금만 더 강렬했더라면, 플레이어들이 느낄 충격은 훨씬 배가되었을 것입니다. 다만 연출이 너무 담담하게 '사실 마하 아니고 크로우 크루아흐임 ㄳ' 정도인지라.... 플레이어들 중에선 별 충격도 받지 않고 '아 아니었네'하고 넘어가신 분도 꽤 있으실 겁니다. 아쉬운 일이죠. 

어찌됐던, 이야기의 전개 자체는 꽤 훌륭한 서술 트릭이었습니다. 많은 NPC들은 크로우 크루아흐가 파괴의 마신이니, 용의 모습을 한 죽음의 신이니 하는 말을 계속해서 해 왔지만 플레이어들은 그것이 크로우 크루아흐의 무시무시함을 표현하기 위한 과장된 묘사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필자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리아 파르가 품고 있는 고대의 지혜는 신을 강림시키는 능력이었습니다. 만일 이 신의 강림이라는 프로세스의 전제가 신의 육체가 될 그릇을 준비하는 것 말고 하나 더 있다고 하면 어떨까요? 예, 바로 제물입니다. 리아 파르가 제물을 바치는 것에 의해 그 제물에 합당한 신을 소환하는 능력이 있다면.....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크로우 크루아흐가 진짜로, 신이라는 것이죠. 

그에 대한 파괴의 마신이라던가, 암흑의 화신이라던가 하는 묘사는 사실 과장도 뭣도 아니었습니다. 크로우 크루아흐는 진짜로 신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리아 파르의 힘에 이끌려 소환될 리가 없었던 겁니다. 크로우 크루아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반호르의 브라이스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세계로부터 온 파괴신'이라고. 그 말은 정말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이미 이후의 전개에 대해 설정이 어느 정도 짜여있었다고 봐도 좋겠지요. 


2-2. 본질 

어찌 되었든 결국 변심한 루에리의 활약에 의해 크로우 크루아흐의 부활은 저지당하고, 모두들 안심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키홀은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혹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 루에리가 크로우 크루아흐에게 제물로 바쳐진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를 매개체로 삼아 크로우 크루아흐의 모습을 한 석상을 부활시키게 됩니다. 어쨌든 키홀의 기만전략은 멋지게 먹혀들어가, 처음으로 계획 성공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심지어는 모리안조차도 당황한 나머지 여기서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르게 되지요. 




야 잠깐 야 이 X년아 이건 아니지!! 니가 도와줘야 할 거 아냐!!!



하지만 결국 키홀이 소환한 것은 크로우 크루아흐 본신이 아니라 그의 모습을 딴 석상이었습니다. 물론 석상이라고는 해도 그 무시무시함은 이미 위에서 말한 대로라서 G3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상상초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는 수준이었습니다. '잡으라고 만든 거냐'라는 원성까지도 간간이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정말로 죽을 힘을 다 해서 겨우 석상을 물리치고 이겼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바로 다음 장면에, 크로우 크루아흐 본신이 나타나는 그 순간에는 정말이지 '와 이젠 진짜 뒤졌다' 라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등장한 크로우 크루아흐는 전혀 적대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사악하지도 않고, 지적이고 온화한 모습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이것 역시 데브캣이 준비해 둔 반전이라고 해야 할 테지요. 본래의 켈트 신화에서는 악신이자 어둠 그 자체로 불렸던 크로우 크루아흐가 마비노기에서는 지적이고 온화한 모습이라니. 하하. 어쨌든 제물을 바쳐서 소환한 것이 본신이 아닌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성격의 크로우 크루아흐가 키홀에게 동조하여 인간을 멸망시키려 할 리가 없기 때문에, 키홀은 굳이 본신을 소환해 조종하지 않아도 그 힘을 일부 가지고 있는 석상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연장선상으로 생각해 보면, 사안의 발로르가 소환했다던 크로우 크루아흐 역시 본신은 아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찌되었든 석상만으로도 충분히 무시무시하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걸 달랑 밀레시안 3명이 물리칠 것이라고는 꿈도 못 꿨을 테고 말이죠. 

소환된 크로우 크루아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대충 알고 있는 듯한 말투로, 플레이어들에게 세계의 진실과 삶에 대한 충고를 해주고, 루에리와 함께 떠나갑니다. 

[아끼고... 사랑하고... 가꾸어라. 너와 같은, 그리고 닮지 않은 존재들을... 네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그리고, 하루하루 숨쉬고 있는 너 자신을...차이는 이해에 의해 사라질 것이고, 그것이 바로 너와 같은 존재가 이 세계에 오게 된 의미가 될 것이다. 그렇게 앞으로의 세계는... 바로 너에 의해 바뀌게 될 것이다.] 




스탭롤이 올라올 때는 정말 숙연해졌다




이 말이 끝나고 올라오는 스탭롤에는 전쟁의 참상, 상처받은 마족들의 모습, 사기꾼과 사기당한 사람으로 보이는 밀레시안들처럼 가볍게만은 볼 수 없는 느낌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게임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몰이해와 차별, 그리고 대립은 존재하며, 그것을 넘어설 때 비로소 진정 낙원이라 부를 수 있는 세계가 올 것이라는 크로우 크루아흐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제작자가 플레이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필자는 그 장면을 보면서 상당히 감동을 받았습니다. 

예. 그랬었습니다. 



2-3. 반전 

그러나 문제의 G8 '드래곤'에서 언급된 크로우 크루아흐의 실체는 G3에서 쌓아올린 모든 것을 한번에 무너뜨리고 맙니다. G8의 묘사에 의하면 크로우 크루아흐는 신도, 신적인 존재도 아니었고, 그저 드래곤이라는 종족, 그 중에서도 한 분파에 지나지 않는 블루 드래곤 족의 수장이었을 뿐입니다. 신들의 왕이라고 일컬어지던 누아자를 살해하고 파괴의 마신이라며 악명을 떨쳤던 크로우 크루아흐의 무시무시함은 갑자기 수직낙하해버립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리아의 드래곤들은 이리니드의 힘에 의해 이리아 대륙 전토에서 자르딘까지 밀려난 존재들입니다. 이리니드의 저주에 의해 아직까지도 자르딘을 완벽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리니드의 저주를 끝내고 다시 이리아 대륙의 지배자가 되기를 원하는 드래곤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이리니드가 뭐 엄청난 힘을 가진 외제(?) 신이었느냐 하면 아닙니다. 이리니드의 정체는 네반이었습니다. 모리안이나 마하, 키홀, 누아자에 비할 때 딱히 뭐 더 대단한 구석도 없는 평범한(.....) 신이었죠. 울라 대륙에선 신들의 왕이 드래곤 한마리에게 순살당했는데, 이리아 대륙에서는 여신 혼자 종족 전체를 몰아냈다는 말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크로우 크루아흐는 말 그대로, 설정의 변경과 충돌에 의해 희생되어버린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래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던 신으로서의 위상을 박탈당하고, 무슨 새로운 역할이 주어지지도 않은 채 크루메나에게 죽어버리고 맙니다. 이전에도 이 사태에 대해 잠깐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G8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플레임즈 팀장에게는 스토리텔링의 능력이 없었으며, 그 결과 C1으로부터의 연결고리였던 크로우 크루아흐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제거되었습니다. 




으앙 주금 아윌비백 뭘 달아도 다 맞을 거 같은 마법의 짤방 예감




그것만으로도 슬픈 일이건만, 크로우 크루아흐는 C3에서 또 언급되며 부관참시를 당하기에 이릅니다. 이미 설정이고 나발이고 다 박살이 나버렸는데, 떡하니 제 2차 모이투라 전투 당시의 일을 언급하며 '크로우 크루아흐의 어둠에 먹혀서 클라우 솔라스가 변질되었다'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니 니네 입으로 크로우 크루아흐는 그냥 블루 드래곤의 수장이라며, 착한 놈이라며. 미확인 정보에 의하면 '클라우 솔라스는 마족의 피를 너무 많이 뒤집어쓴 탓에 폭주한 것이며, 사안의 발로르는 그 폭주를 멈추게 하기 위해 크로우 크루아흐를 소환했고, 소환된 크로우 크루아흐 역시 그 폭주를 막기 위해 누아자 채로 삼켜버렸다' 뭐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이미 C1에서 크로우 크루아흐는 암흑도 뭣도 아닌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C4가 되자 유물 키트 다 모으면 부활까지 합니다.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을 지경입니다. 솔직히 이쯤 되면 화가 날 정도네요. 




2-4. 총평 

크로우 크루아흐는 이미 위에서 말한대로, 켈트 신화에 있어서는 끝판왕입니다. 즉 G1때부터 크로우 크루아흐가 간간이 언급되던 것은 결국 언젠가는 크로우 크루아흐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와 다름이 없었고, 아마도 데브캣은 처음 여신강림을 기획할 때부터 제네레이션의 마지막을 크로우 크루아흐로 장식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말하자면 준비된 최종보스라는 것이죠. 사실 아주 사소한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크로우 크루아흐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떡밥은 C1 내에서 전부 소비되었습니다. 

C2에서의 등장은 어느 정도 예정되어있던 일입니다만, 사실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차라리 이리아에는 드래곤 종족이 있고, 그 종족의 신이자 왕이 바로 크로우 크루아흐라고 설정했으면 - 즉 지금의 아드니엘의 자리를 크로우 크루아흐가 맡았더라면 - 큰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굳이 골드 드래곤을 등장시킨 이유도 모르겠고, 그렇게 원래의 설정을 뒤집어 가며 자신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모욕하는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C1 이후의 설정은 전부 무시하고 C1에만 한정된 이야기를 하자면.... 글라스 기브넨이 마비노기의 시작이라면 크로우 크루아흐는 마비노기의 끝을 상징하는 몬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라스 기브넨에 비해 유저들이 느낀 충격은 물론 덜하지만 그런 것이 없어도 챕터 1이라는 이야기의 말미를 장식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으며, 유저들에게 충분히 감명을 주었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C1 한정으로만, 아주 만족스러운 캐릭터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C1 한정이라는 말 자체가 슬픕니다만. 






 3. 크루메나(紅) 

G4,5,6,7을 훅 뛰어넘어, 다음으로 알아볼 제네레이션 보스 몬스터는 바로 크루메나 되겠습니다. 기대하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겠습니다만, 켈트 신화에서 크루메나라는 이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크루메나라는 이름이 대체 무슨뜻인가 하고 궁금해 하다가 찾긴 했는데... 이게 또 참..... 

크루메나(Crumena)는 라틴어로, 돈 혹은 돈주머니라는 뜻입니다. 어이없는 뜻이죠? 허나 노리고 지은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서양 판타지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던전 앤 드래곤에서 레드 드래곤은 그 어떤 드래곤보다 금과 보석에 대한 탐욕이 강하다고 합니다. 메인스트림에 등장하는 크루메나도 실제로는 포악하고 탐욕스러운 전형적인 레드 드래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을 떠올려보면 아주 뜬금없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바로 실제 메인스트림에 등장하는 크루메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1. 기원 





크루메나의 테마곡 : 레네스의 화염쓸데없이 웅장하다



생명력 : 50,000 
방어/보호 : ?/40 
공격력 : 15,000+ 
전투력 : 30,000 
경험치 : 20,000 
속성 : 화(Fire) 

 
크루메나의 강함은 한마디로 상식 이상입니다. G3의 크로우 크루아흐도 물론 강했습니다만, G4,5,6,7을 거쳐오며 그때 당시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해진 플레이어들에게 G8 당시의 크로우 크루아흐의 강함은 그렇게 대단한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더구나 훨씬 더 크고 강하면서 전투 방식은 완전히 똑같은 레이드 보스 사막 드래곤과 평원 드래곤의 존재 덕분에 파해법도 많이 연구되어 숙련된 플레이어들은 한대도 맞지 않고 물리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습니다. 몬스터의 강함은 스펙이 전부가 아닌 것이죠. 특히 마비노기와 같이 액션성이 강한 게임은 더욱 더. 

그러나 그런 플레이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새로운 공격 패턴과 스펙을 가지고 등장해 플레이어들 모두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존재가 바로 크루메나였습니다. 포효만으로 펫들을 강제로 소환 해제시키는 위엄이나 파이어볼 브레스가 아닌 제대로 된 파이어 브레스로 플레이어들을 구워대는 모습, 자르딘 지역 전체의 기상마저 변화시켜 번개를 떨구는 위용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마비노기라는 게임 자체가 여타 게임과는 다르기 때문에 클리어 불가라는 소리까지 듣거나 하진 않았습니다만, 등장 초반에는 꽤나 많은 플레이어들의 눈물(과 캐쉬)를 갈취해가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G8 당시엔 아직 나오의 서포트가 살아있던 시기라서 생각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았지만요. 요즘처럼 나오가 '1회 부활 300원'인 시대였다면 욕이란 욕은 평생 먹고도 남을 만큼 받았을 겁니다. 

하여튼, 크루메나는 본질적으로 자르딘 지역의 필드 레이드 보스인 레드 드래곤을 그대로 축소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필드 보스 레드 드래곤이 피통만(참고로, 필드 보스인 레드 드래곤의 생명력은 30만)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돌진, 꼬리치기, 낙뢰, 메테오, 포효(펫 강제 소환해제), 파이어 브레스 등 필드 보스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모두 다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대미지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상대하는 입장에선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뭐, 위에서 말한대로 약간의 노력과 아이템들만 있으면 못잡을 정도는 아닙니다. 실제로 필자는 누적레벨 150의 자이언트로 완포 20개와 나오 부활 3~4번 정도만 소비해서 혼자 잡았거든요. 시간이요? 시간은 한 1시간 쯤 걸린 거 같네요..... 적절한 스펙의 인원이 모이면 크게 문제 없이 물리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만. 



3-2. 본질

크루메나는 자르딘에 서식하는 드래곤의 종족들 중 레드 드래곤의 수장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드래곤의 종족은 레드, 블루, 화이트, 골드, 블랙으로 나뉘어 있습니다만, 이 당시만 해도 화이트와 블랙은 없었고, 골드 드래곤은 태어나기 직전의 아드니엘 한마리 이외엔 아주 먼 옛날에 존재했었다는 정도로만 언급되기 때문에 당시로선 드래곤의 사회를 양분하는 세력의 수장이었던 셈이죠. 벨리타의 언급에 의하면 선한 드래곤으로, 벨리타 역시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플레이어 역시, 타고 있던 열기구가 와이번들에게 둘러싸여 곤란에 처해 있을 때 크루메나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크루메나를 처음 보게 됩니다. 




솔직히 드래곤이 존댓말 쓰는 것부터 수상하지 않냐


크루메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와이번들을 몰아내고, 이번에는 자신이 도와줄 수 있었지만 언젠가는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즉 언젠가 나 좀 도와달라 라는 말을 합니다. 사실 이렇게 대놓고 자기 나중에 위험해질 예정이니까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만 봐도 좀 여의치 않긴 했습니다만, 그에겐 개뿔 도움도 안 줄 거 같은 벨리타도 도와줬다고 하니까 일단은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친절이 거짓이었음은 얼마 안 가 밝혀집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진짜로 정말 너무 미친듯이 금방 밝혀진다는 점입니다. 벨리타한테 돌아가서 

'크루메나가 나 도와줬음' 'ㅇㅇ 근데 지금 곤란해 보이던데? 가서 도와줘' 

이러고 갔더니 본색을 드러냅니다. 아니 진짜라니까요? 이렇게, 착하게 보이려고 했던 노력이 무색하게 크루메나는 (10분도 안되서) 자신의 사악한 본성을 드러내버립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이때 크루메나한테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내가 크로우 크루아흐 통수를 쳤다니!'라고 울부짖으며 멘붕중이었죠.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플레이어는 크로우 크루아흐를 문자 그대로 '코 앞에서' 봤던 전적이 있는데요, 어떻게 그걸 잘못 보고 볼트를 쏜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어쨌든, 나중에 레가투스를 찾아가 알게 되는 크루메나의 계획이란 것은 골드 드래곤의 감응자를 자신이 준비한 자로 내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골드 드래곤은 태어나는 즉시 그 감응자와 서로 반응하게 되며, 감응자의 성향이나 사상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죠. 이때 한가지 떡밥으로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퀘사르'라는 이름을 가진 선대 골드 드래곤의 감응자입니다만, 지금 이야기할만한 내용은 아니므로 차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하여튼 크루메나는 자신이 준비한 아트라타를 드래곤의 감응자로 만들고, 골드 드래곤을 그녀의 암흑으로 물들게 해 온건주의인 현재의 드래곤 사회를 뒤엎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트라타누님하악하악 그렇게 안 봤는데 음침한 여자였네...


이리니드의 저주에 의해 이리아 대륙의 지배권을 박탈당하고 자르딘 지역에 유배된 드래곤들입니다만, 크루메나를 위시한 레드 드래곤들은 그런 처지를 계속 감내하고 있을 마음은 없었습니다. 허나 드래곤들의 주류는 저주를 자신들에 대한 형벌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자르딘에서 살아갈 것을 선택한 블루 드래곤들이었죠. 크루메나는 바로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할 수 있는 감응자를 선택해, 드래곤의 지배자라 할 수 있는 골드 드래곤을 자기 의지대로 조종하려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뭐...... 별로 나쁜 스토리는 아닙니다. 네. 크로우 크루아흐가 거기 끼어서 '정치적'으로 희생됐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죠. 굳이 블루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의 대립관계 같은 걸 그리고 싶었다면 차라리 레가투스를 쓰지 그랬어.





3-3. 총평

크루메나의 의의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첫번째는 메인스트림 보스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밀레시안이 막타를 못친(.....) 보스라는 점입니다. 글라스 기브넨이나 크로우 크루아흐는 그렇다치고, C3로 갈 수록 보스들의 스케일은 점점 커져가지만 크루메나를 제외한 모든 보스들은 예외없이 밀레시안에게 쳐발리고 죽거나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크루메나는 비록 죽기 직전까지 몰리긴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서서 밀레시안과 대치했습니다. 즉 제작진들의 견해는 G8 당시의 밀레시안은 충분히 괴물이지만 그래도 아직 혼자 드래곤을 잡을 정도는 아닌 듯.... 이라는 거죠.

아쉽게도 두번째는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인데요, 두번째는 바로 C1과의 결별입니다. C1이 종료되고 C2로 넘어오며 남아있었던 떡... 아니 연결고리였던 크로우 크루아흐와 루에리가, 크루메나의 존재에 의해 한방에 정리되어버린 거죠. 크로우 크루아흐는 죽음이란 형태로, 루에리는 퇴장이란 형태로 말입니다. 결국 루에리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드라마에 재등장하게 되었습니다만, 아직 루에리의 역할 자체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는 힘든 상태입니다. 그리고 크로우 크루아흐의 경우는 뭐..... 키트로 부활 같은 건 집어치웁시다.

사실 크루메나의 배경에는 아트라타와 타우네스의 연애담이라던가, 검은 머리 엘프의 진실에 대한 깊은 사연이라던가, 좀 더 많은 일들이 얽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것들 대부분이 별 결말이 나지 않은 상태로 끝이 나 버렸다는 거죠. 굳이 크로우 크루아흐와 루에리를 끼워넣지 말고, 타우네스와 아트라타, 그리고 이리니드의 진짜 정체를 소재로 좀 더 밀도를 높여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그나마 좀 더 나은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지나가 버린 건 어쩔 수 없죠. 





4. 맺으며


메인스트림 보스 열전 두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재미있게 봐 주셨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다음편에서는 드디어 C3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한편에 몰아 쓰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멘탈분량이 버텨줄 지 모르겠네요. 


그럼 멀지 않아 또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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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사실 메인스트림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는 것만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사도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칼럼이라기보단 감상문에 불과한 내용이기 때문이지요. 편법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언젠가는 메인스트림의 감상이 아닌, 순수한 연구과제로서의 칼럼을 내놓고 싶어했고, 이미 몇번 그렇게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반응은 별로였지만.


어쨌든, 이번 글은 그러한 초심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메인스트림의 내용에 대한 감상이 아닌 순수한 연구로서의 글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한번쯤 생각하셨었지만 정작 나오지는 않았던 글. 바로 마비노기의 보스들에 관한 연구서입니다.




2. 글라스 기브넨(牛)



글라스 기브넨의 테마곡  : 최종무곡(最終舞曲) I 


참고로, 제목 옆의 한자는 소 우(牛) 자입니다...... 아실만한 분들은 이미 다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만, 켈트 신화에 등장하는 글라스 기브넨의 정체는 무려..... 암소입니다. 글라스 기브넨은 포워르가 키우던 암소의 이름으로, 젖을 한번에 200통이나 짤 수 있는 엄청난 소였습니다. 젖이 많이 나오는 건지 그만큼 덩치가 컸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튼 그렇답니다. 당시의 포워르들은 왕인 발로르를 제외하면 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기 때문에, 우유를 200통이나 생산할 수 있는 글라스 기브넨은 식량공급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네... 뭐, 그 뒤로 무슨 활약이 있냐 하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원전에서의 내용은 간단히 넘어가고, 바로 실제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진짜' 글라스 기브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1. 기원


생명력 : 5000

방어/보호 : 0/0

공격력 : 50~150

전투력 : 9999

경험치 : 5000

속성: 무(無)



글라스 기브넨의 정체는 사실 지금까지도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포워르의 한 종족도, 에린에 존재하는 괴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글라스 기브넨은 강력한 마법의 힘에 의해 이세계에서 소환되어 온 존재로, 정확히 어디서 소환되어 온 것인지, 그곳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었는지 등 거의 모든 것이 정체불명인 채입니다.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글라스 기브넨이 마법적으로 '창조'된 존재는 아니라는 것 뿐입니다. 분명 아다만티움을 이용해 골격을 만들고, 그 골격에 마법을 걸고, 용맹한 전사들의 영혼을 흡수하니 어쩌느니 하면서 글라스 기브넨을 창조해 내는 듯한 뉘앙스는 곳곳에 있었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 그 모든 행위는 소환을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실제로 포워르들이 '만들어 낸' 글라스 기브넨의 골격은 이세계에서 글라스 기브넨을 소환하기 위한 일종의 매개체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식의 설정입니다. 하지만 그랬던 것이 G9에 와선 연금술로 '창조'할 수 있다는 설정이 붙어버리면서 빛이 바래긴 했습니다만.




하여튼 그놈의 연금술이 다 말아먹 읍읍


많은 분들이 글라스 기브넨의 첫 등장을 포워르와 투아하 데 다난의 전투 당시로 생각하고 계시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이전입니다. 글라스 기브넨이 마족의 '무기'로서 전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파르홀론 족과 포워르간의 전투, 즉 제 1차 모이투라 전투였고,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수만명의 희생으로 겨우 몇마리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파르홀론 족은 칼리번이라는 신조차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힘을 사용하는 데는 꽤나 제약이 따랐던 모양이지요아니면 당시엔 그런 설정이 없었든가.


글라스 기브넨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전투력을 가진 생명체로 많은 파르홀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만, 진짜로 무서운 것은 글라스 기브넨을 죽인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기록을 살펴보면 '힘겹게 글라스 기브넨을 쓰러뜨리자 그 사체가 있던 자리에서 수많은 포워르가 쏟아져 나왔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G1 여신강림의 마지막에 언급되었던 에르그 붕괴 현상입니다. 글라스 기브넨의 사체는 에르그를 붕괴시켜, 이 세상과 저 세상을 격리하는 세계의 법칙을 무너뜨릴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무너진 공간을 통해 포워르들은 이 세계로 침공해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글라스 기브넨은 졸라짱센 트로이 목마 정도라고 할까요.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글라스 기브넨이 마비노기의 중요한 설정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포워르들이 가지고 있는 골드에 관한 것인데요, 글라스 기브넨의 주식은 무려 '금'입니다. 차등 소환을 통해 글라스 기브넨의 의식을 완벽하게 제어한 뒤에도, 주식인 금을 먹지 못하면 오래 가지 않아 본능적으로 소환자의 명령을 듣지 않고 날뛰게 되다가 소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어버리므로 포워르들은 언제든지 글라스 기브넨의 주식이 되는 금을 모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2-2. 본질


무시무시한 전투력과는 별개의 이야기를 해 보자면, 글라스 기브넨도 생명체임은 틀림이 없고, 당연히 영혼도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G1을 클리어하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는 실제로 글라스 기브넨의 영혼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저승에 존재하는 유일한 인간, 도우갈입니다. 도우갈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도우갈의 시니컬하고 비아냥대는 성격은 도우갈이 깃든 몸의 본래 주인이 가지고 있던 성격일 수도 있고, 글라스 기브넨 본래의 성격일 수도 있습니다. 





크큭... 흑화한다....


하지만 이런 대사들을 무의식중에 가끔 내뱉는 것을 보면, 어느 한쪽만의 성격이라고 말하기엔 힘듭니다. 아마도 둘의 성격이 적절히 섞인 게 아닐까요. '파괴의 화신, 글라스 기브넨'이라는 책을 보면 '어느 정도까지 이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글라스 기브넨을 목격했다는 사람들마다 진술이 엇갈리고 있으며' 라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또 소환체의 차등소환이 소환체에게서 영혼을 분리해 소환체의 의지를 제거하고 소환자의 지배하에 두기 위한 것임을 생각해 보면 원래는 충분히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이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글라스 기브넨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물론 패럴렐(Parallel) 월드라는 이름 하에 지금의 설정은 원작인 마비노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거기에 등장하는 글라스 기브넨의 모습은 마비노기의 글라스 기브넨에게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F3



마영전의 카타콤에 봉인되어 있던 글라스 기브넨은 콜헨 마을의 마법사 브린이 모리안 여신을 소환하기 위해 행한 의식이 실패하며, 이계에서 소환되어 온 존재입니다. 당연히 차등 소환 같은 처치를 한 것도 아니었을 테니 당시 나타난 글라스 기브넨은 의심할 필요 없이 자의를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파괴의 화신이라고 불릴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면 그 본질이 매우 포악하고 파괴적이라는 데에는 별로 이견이 없을 것 같군요. 


제가 마영전의 글라스 기브넨에 대해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포워르들이 과연 어떻게 글라스 기브넨의 소환법을 알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마비노기와 마영전은 패럴렐이 되어버렸으니 별 관계 없지 않겠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한가지 유추해 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오리지널 글라스 기브넨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을 거라는 점입니다. 오리지널이 소환되고, 수많은 피해를 입히고, 쓰러졌습니다. 물론, 소환자들은 경악했을 테지만 그 중 누군가는 이 무시무시한 생명체를 무기로 쓰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포악하고 파괴만을 일삼는 글라스 기브넨을 제어하기 위해 구속구를 겹겹이 씌우고, 그래도 역부족이자 아예 영혼을 분리해버리는 방식을 사용하기에 이릅니다. 겨우겨우 완성된 제어체는 얄궂게도, 그들의 선조들이 쓰러뜨린 그 오리지널 글라스 기브넨의 소체를 사용한 탓에 오른쪽 날개가 여전히 없습니다. 




어이 가죽옷 클럽은 두 블럭 아래라구 / F●●k♂You↘


위 일러스트만 봐도 아시겠지만, G1에서 정석적인 방법을 통해 소환해 낸 글라스 기브넨은 오른쪽 날개가 잘려나가 있습니다. 설마 원래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한때는 마우러스가 일부러 약하게 소환한 탓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렇게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됩니다. 완성된 골격 자체에 오른쪽 날개가 없었다면?




날개에 뼈 들어가는 거 모르는 분은... 없겠지 아마.


아다만티움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었다, 라고 생각한다면 애초에 한쪽 날개로는 날지도 못할 텐데 왼쪽 날개만 충실하게 복원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소환된' 것이 아니라 '창조된' G9의 글라스 기브넨은 멀쩡하게 양쪽 날개가 다 있습니다. 결국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 뿐입니다. 애초부터 소환의 매개체로 사용된 골격엔 오른쪽 날개가 없었던 것입니다. 마영전의 글라스 기브넨의 부위파괴 가능 부위가 오른쪽 날개라는 점이 저에겐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생각되진 않는군요.


저의 가설은 이렇습니다. 

1)마비노기 영웅전의 글라스 기브넨이 소환된다.

2)카타콤에 봉인되어 있다가 영웅들에게 쓰러진다(오른쪽 날개도 이때 뜯김)

3)이 글라스 기브넨의 사체가 훗날 다른 종족들에 의해 발견된다.

4)남아있는 글라스 기브넨의 골격을 소체로 글라스 기브넨을 소환하는 방법이 연구, 개발된다.

5)일부 골격은 복제되어 글라스 기브넨을 양산하는 데 쓰이고, 오리지널의 골격은 키홀의 손에 들어가 G1의 글라스 기브넨을 소환하는 소체로 사용된다.



물론 가설이므로 얼마든지 틀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라기보단 아마 아니겠죠. 그냥 이렇다면 재미있겠다, 정도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2-3. 총평


글라스 기브넨은 강력함과 카리스마보다 그 상징성이 더 눈에 띄는 존재입니다. 명실공히 마비노기를 상징하는 몬스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마비노기 프랜차이즈 안에서는 반드시 등장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마비노기에서는 G1 여신강림의 최종보스로 등장해, 최초의 거대 보스로서 그 카리스마를 강력하게 어필했으며, 마비노기 영웅전은 에피소드 8의 레이드 보스로 등장해 악랄한 패턴과 막강한 공격력, 그리고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음악으로 또 많은 유저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심지어는 아직 서비스도 시작하지 않은 마비노기2 조차 시연 동영상을 통해 글라스 기브넨이 존재하다는 것을 알렸을 정도입니다. 예외적으로 허스키 익스프레스에서는 나오지 않...... 이 얘긴 관둡시다.






으허허어어어엉 내 개 돌려놔라 이 나쁜 놈드라



G9에서 연금술로 창조되면서, G1때의 막강한 카리스마는 퇴색했고, 치를 떨 만한 강력함도 이제는 전투력 측정기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만,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글라스 기브넨의 진정한 매력은 상징성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뒤로 더 많은 보스들을 소개할 것이지만, 아마 그 중에서도 이 글라스 기브넨만큼 매력적인 녀석은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3. 타바르타스&에스라스(金)






아이고 저게 다 금!근데 색깔이 왜 ㄸ





사실 에스라스 누님 꽤 몸매 좋다능...



예. 뭐 사실 이 둘은 세트로 취급하는 게 맞겠죠. G2의 페이크 최종보스(...)인 타바르타스와, 진 최종보스(.....)인 에스라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켈트 신화를 아무리 뒤져봐도 타바르타스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자료가 부족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일단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타바르타스라는 이름의 의미는 알 수 있었는데요, 타바르타스는 아일랜드 어로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타바르타스가 고대의 지혜를 지키는 수문장이며, 책의 묘사에 따르면 '신이 보낸 이들'이라고 불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한 이름입니다.


반면 에스라스는 켈트 신화에서도 등장합니다. 투아하 데 다난의 대장장이 게브네가 만든 창을 보관하고 있다가 루 라바다에게 넘겨주는 드루이드의 이름인데요, 딱히 많은 묘사가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정도. 켈트 신화 자체가 소스가 적은 편이라 딱히 뭐라 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아쉽군요.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에스라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마비노기 내에서 두명일 확률이 있다는 점입니다. 또 한명의 에스라스는 바로 라이트닝 볼트 스킬북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데, 마나의 힘을 빌어 안정화 되어 있는 에르그를 두 개의 극성을 가진 에너지로 분...... 집어치웁시다. 하여튼 '위대하지만 양식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드루이드'라는 묘사도 첨부되어 있습니다. 다들 이미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가 말하는 에스라스는 실제로는 드루이드가 아니라 네크로맨서였음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둘이 동일인물일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제부터는 실제로 게임 내에 등장하는 타바르타스와 에스라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1. 배경


<타바르타스>                            <에스라스>

생명력 : 3000                          생명력 : 2600

방어/보호 : ?/?                       방어/보호 : ?/?

공격력 : 150~300                     공격력 : 20~50

전투력 : 4250                          전투력 : 2490

경험치 : 5000                          경험치 : 0(!)

속성 : 무(無)                           속성 : 무(無)



아시다시피 타바르타스는 고대의 지혜, 즉 리아 파르를 지키는 수문장이었습니다. 동시에 모든 골렘의 원형이기도 하지요. 실제로는 이미 고대에 존재했던 기록만 남아있었습니다만, 어떤 경로인지는 몰라도 그것을 손에 넣은 에스라스는 타바르타스를 다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케오 섬에 있는 골렘들은 사실은 바로 이 타바르타스를 만들기 위한 예행연습으로 에스라스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라스는 타바르타스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이 인간을 타바르타스의 핵으로 삼아 자기 의지대로 조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핵이 된 인간이 바로 이멘 마하의 영주이자 루에리의 동생인 리안이었습니다.






야 넌 그걸 믿냐 이 X신아



바로 이 장면에서, 에스라스가 엉겹결에 생각해 낸 변명거리 때문에 루에리는 완전히 여신에게 등을 돌리고, 밀레시안을 적대하게 되지요. 유저들 입장에서 보면 천하의 개X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에스라스가 G2 내내 금 금 금 하면서 팔라딘 수련생들까지 동원해 금을 모으게 한 것은 바로 이 타바르타스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만, 타바르타스를 만들어서 정확히 무엇을 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화로 유추해 볼 때 그녀의 최종 목표가 에린을 지배하는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타바르타스의 실제 스펙은 사실 유황골렘만도 못합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제 스펙의 이야기고, 게임에서 묘사된 바로는 상당히 무시무시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봐야 골렘일 뿐이죠. G2가 막 나왔을 당시엔 상당히 버거웠다고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전투 시스템이 크게 개변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윈드밀 시전 중에도 윈드밀이 가능했던 시기라..... 생긴 것만 위압감 넘쳤지 하는 짓은 골렘이랑 똑같은 타바르타스는 그저 구석 윈드밀의 밥이었습니다. 더구나 팔라딘으로 변신까지 한 상태라 더더욱 그랬지요. 


그에 비해 에스라스는 일단 인간의 몸이지만 나름 강력(한 주먹질을)하고 에스라스와 전투할 때에는 변신도 풀린 상태인데다 다크 스켈레톤까지 소환해대기 때문에 체감 난이도가 오히려 더 높습니다. 다른 건 둘째치고 마법사인 주제에 주먹이 상당히 아프지요. 역시 마비노기 세계에선 마법사도 나름 주먹질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강권 마법사의 전통은 블랙위자드부터 마우러스를 거치고 에스라스를 지나 섀도우 위자드까지 이어집니다...... 카테고리는 약간 다르지만 연금술사들도 마찬가지라 유저들 사이에선 '철권의 연금술사'라는 소리까지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에스라스 하면 이거죠. "해골 나와라!!"






진짜 해골 나와라 스샷이 없는 게 천추의 한임. 있는 분 제공해주시면 사례함(...)




3-2. 본질


아쉽지만 타바르타스에 대해선 딱히 쓸 말이 많지 않습니다. 대놓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꽤나 갑툭튀한 감도 있는지라, G2 내에서도 타바르타스에 대한 묘사나 설정이 별로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딱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전부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묘사나 서사는 에스라스 쪽이 거의 다 가져가고 있는데요, 사실 이쪽이 진짜 최종보스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에스라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역시 다들 아시는대로 그 본질은 드루이드에게 금지된 마법의 영역에 발을 들인 네크로맨서입니다. 그녀의 존재를 통해 한가지 알 수 있는 게 있다면 드루이드들이 정치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인데, 사실 이는 고대 켈트 사회에서 드루이드들이 왕의 조언자 역할을 하며 강력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과도 매우 유사합니다. 그렇지만 타라가 생기고, 에일레흐 왕정의 기틀이 다져지면서 이러한 설정은 어째서인지 묻혀버리고 맙니다. 오히려 지금의 에일레흐 왕정을 보면 드루이드들의 지위는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를 연금술사와 법황청이 서로 차지하려고 아웅다웅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죠. G16에서만 해도 에레원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찾아가는 사람 중에 드루이드는 없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본래의 설정이 새로운 설정이 덧씌워 사라지는 것은 꽤나 아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멘 마하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드루이드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기 시작했다, 라는 설정이라면 아주 납득 못할 것도 아닙니다만 설마요. 데브캣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설정을 짜진 않았을걸요.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결국 에스라스가 최종적으로 원한 것은 온 에린의 지배였습니다. 하지만 고작 타바르타스 하나 만들었다고 해서 온 에린을 지배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죠. 하지만 그녀의 말에서 유추해 보건대, 그녀의 목표지점은 역시나 타바르타스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야 그거 그런 거 아냐


고대의 지혜를 지키는 수문장 타바르타스. 에스라스의 계획은 결국 그 고대의 지혜의 수문장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여 그가 지키고 있던 고대의 지혜를 손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만 손에 넣으면 온 에린을 자신의 지배 하에 두는 것은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이 여자는 타바르타스가 지키고 있던 고대의 지혜라는 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몰랐던 모양입니다. 


타바르타스가 지키고 있던 고대의 지혜의 정체는 바로 리아 파르였습니다. 그리고 그 리아 파르의 실체는 고대의 주술을 사용해 제물의 몸에 신을 강림시키는 주술이었지요. 에스라스 스스로를 제물로 삼아 신을 강림시켜봐야 자신의 인격이 사라질 뿐이고, 다른 사람의 몸에 신을 강림시켜봐야 신이 에스라스의 명령을 들을 리도 없으니 역시나 이 여자는 뭘 어떻게 해도 에린을 지배하긴 글렀습니다. 





3-3. 총평


사실 G2는 스토리적으로 보아도 C1의 메인 시나리오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는 곁가지 에피소드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물론 빛의 기사라는 강력한 힘을 얻어 모르간트로부터 주목받게 되거나, 루에리와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심화되는 등 메인 시나리오와의 연결점은 분명히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본편이 시작되기 전에 일단 무대에 뛰어들 수 있는 최소한의 전투력을 갖추기 위한 사이드 시나리오의 느낌이 강합니다. 실질적으로 그 당시에만 해도, 이후 등장한 G3 다크 나이트의 난이도는 실로 대단했습니다. 최종 던젼인 바올 3인 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지옥같은 난이도를 자랑했지요. 팔라딘 변신이 없이는 거의 클리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티가 전멸해서 어드밴스드 깃털조를 대기시켜둘 정도였으니까 말 다했죠. 또 C1의 메인 악역인 키홀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요. 이래저래 사이드 시나리오로서, G2는 G3의 준비단계로서 마련된 메인스트림이라고 생각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G2의 보스인 타바르타스와 에스라스는 오히려 G1의 최종보스인 글라스 기브넨보다도 여러 면에서 열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카리스마도, 스펙도, 심지어는 전용 BGM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G2는 그 당시 악명높은 이상형 퀘스트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치를 떨었고, 많은 유저들이 주저없이 스킵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한 챕터의 보스로는 부족할 지언정 한 제네레이션의 보스로선 딱히 부족함 없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양자는 서로간에 약간씩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것을 서로가 잘 보완해 주고 있습니다. 기껏 시나리오의 최종장까지 달려왔는데 최종 보스라고 나오는 게 그저 해골이나 소환해 대는 아줌마였다면 긴장감은 없었을 것이고, 최종장에서 어디서 갑자기 갑툭튀한 거대 골렘 같은 게 앞을 가로막았다면 어이가 없었을 테지요. 타바르타스와 에스라스는 역시 세트로 묶여야 제맛인 것 같습니다. 글라스 기브넨 같은 상징성이나 크로우 크루아흐 같은 초월적인 강함을 느끼게 해주진 못했지만 타바르타스와 에스라스는 한 제네레이션의 보스로서 딱히 부족하지 않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4. 마무리


모든 보스들을 다 소개하고 싶은데, 분량이 엄청나게 길어지는군요.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G3의 최종보스 크로우 크루아흐와 G8의 최종보스 크루메나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드래곤 특집이 될 것 같네요. 


그럼 멀지 않아 또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글라스 기브넨, 타바르타스, 에스라스의 스펙 데이터는 마비노기 영어 위키(http://mabinoger.com/wiki/index.php/Main_Page)를 참조했습니다.




Posted by 라일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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