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문
드디어 마지막 편입니다. 드라마에선 딱히 최종보스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는지라(그리고 메인스트림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기도 하고), 메인스트림 보스 열전은 이것이 마지막 편입니다. 자 그럼, 챕터4의 최종보스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2. 신들의 간수(看)
신들의 간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신들의 유배지인 아본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아본이라는 무대가 등장한 것부터가, 이미 앞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마비노기가 더 이상 켈트 신화의 소재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아본의 모델은 셰익스피어의 고향으로 알려진 '스트랫포드 어폰 아본'이라는 지역입니다. 물론, 이름만 따온 수준이고 실제 지리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만.... 마비노기의 음악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아본 지역의 테마곡 제목이 바로 'Stratford upon Avon'임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는 아본의 모델이 바로 스트랫포드 어폰 아본이라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던컨의 말에 의하면 고대의 에린에선 이 아본이 가장 번성한 도시였다고도 하고, 셰익스피어가 처음 에린에 도착했던 당시의 아본은 지금과는 모습이 다른(사실 코리브 계곡 같은)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당시엔 에린을 그냥 아본이라고 불렀던 것인지도 모르죠. 하여튼, 지금의 아본은 과거의 융성한 모습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신비한 풍경을 보여주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왜인지는 몰라도 '신들의 유배지'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붙어서 말이죠.
신들의 유배지, 이 이명은 즉 이곳이 죄를 지은 신들이 갇혀지내던 곳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종의 수용소... 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신이라 해도 마음대로 출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아본의 수호자라는 이름의 간수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이번 목차의 주인공인 신들의 간수입니다.
아본의 수호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릴 것이 한가지 있다면 이들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적은 편입니다. 따라서 사실 할 말이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감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1. 그림 리퍼(死)
날개가 아니라 빗자루임다
아본 그 자체가 켈트 신화와는 별 관련이 없는 것처럼, 아본의 수호자 중 제일 처음으로 등장한 그림 리퍼 역시 켈트 신화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그림 리퍼는 죽음 그 자체를 인격화한 존재로 아주 오래전부터 등장해 왔습니다만, 현재의 모습(해골, 큰 낫, 검은 로브)을 갖추게 된 것은 15세기가 지난 다음입니다. 그림 리퍼(Grim Reaper)라는 이름의 의미는 '무자비한 수확자'라는 의미로 그가 수확하는 것은 다름아닌 죽음입니다. 큰 낫을 들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죠. 보통 낫이라는 것은 농부가 곡식을 수확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만 그들은 그 낫으로 사람의 생명을 수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림 리퍼는 그 무시무시한 이미지와는 달리, 아니 정확히는 그림 리퍼라고 불리기 이전에만 해도 수명이 다 한 사람의 생명을 수확해 갈 뿐 사람의 죽음에 직접 관여하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의 무자비한 수확자의 이미지로 굳어진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역시 흑사병입니다. 점심은 친구들과 먹고 저녁은 조상들과 먹는다는 농담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유럽의 당시 상황은 마치 죽음이 낫을 들고 사람들의 생명을 수확하고 다니는 듯했기 때문에,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사람들의 생명을 쓸어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든 것이겠죠. 그리고 흑사병이 지나간 15세기 중엽부터 사람들에게 있어 죽음의 신의 이미지는 무자비하게 생명을 쓸어담는 수확자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림 리퍼의 탄생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미 켈트신화에도 안규(Angeu), 그리고 듀라한(Dullahan)이라는 번듯한 죽음의 대변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안규는 브레튼(영국의 남서쪽) 지방의 전승으로 360' 회전하는 해골머리를 가지고 검은 마차를 끌고 다니며 죽은 자를 마차에 태워 사라지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고, 여러분도 잘 아실 듀라한은 자신의 머리를 팔꿈치에 끼워 들고 다니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 죽는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누군가 듀라한을 몰래 훔쳐보다 들키면 척추로 만들어진 채찍을 휘두르거나 피를 한 바가지 뿌리는데, 이것은 그가 다음에 죽을 자라는 표식을 남기는 행위오라... 죽음의 세계로......라고 합니다.
메이저한 듀라한은 이미 그림자 던젼 보스로 써먹어버렸다고는 해도 아직 안규가 남아있는데 굳이 그림 리퍼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아마도 셰익스피어가 16세기의 인물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 가장 유명했던 사신의 이미지를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죠.
하여튼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본의 수호자 중 첫번째 타자로 등장하는 그림 리퍼는 이런 중세 혹은 근대의 괴담에서나 등장할 법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시면 아본의 문양이 배에 그려져 있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리퍼의 특이한 점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그림 리퍼의 공격은 1:1 공격이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공격이 들고 있는 거대한 낫을 휘두르는 모션인데, 횡베기 종베기 모두가 범위 공격이라 공격 범위 내에 있는 인원이 전부 공격을 맞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G13의 최종보스이고, 혼자 들어가게 되어 있는 미션인데 보스가 범위공격밖에 하지 않다니 조금은 이상하죠? 이런 사실은 어쩌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아본의 간수들 모두를 재활용(?)할 계획이 세워져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크로우 크루아흐나 클라우 솔라스 같은 거대 보스라면 모를까, 심지어는 글라스기브넨도 스매시 같은 1:1 스킬이 있는데 인간 사이즈의 적이면서도 1:1 공격이 전혀 없다는 것은 확실히 특이한 일이죠.
또 하나는 그림 리퍼가 단순히 아본의 수호자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벤트 퀘스트였던 '폴의 연구일지' 퀘스트를 기억하실 지 모르겠네요. 이 퀘스트의 메인 NPC라고 할 수 있는 퀴즈 마스터는 폴의 연구에 얽힌 수수께끼를 이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는데요, 사실 바로 폴 본인이 퀴즈 마스터에게 빙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수수께끼를 풀고 나면 퀴즈 마스터에게 빙의된 폴이 원래 모습을 드러내며 직접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그'의 조건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말이 끝나자마자 등 뒤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사신, 그림 리퍼였습니다. 폴의 영혼이 말했던 '그'는 바로 그림 리퍼였고, 죽은 폴의 영혼의 부탁을 받아 아리사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퀴즈 마스터의 몸을 빌어 플레이어에게 부탁을 해 온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폴이 그림 리퍼를 '신의 사자'라고 부른다는 점인데요, 사실 G15의 마지막 부분에 모리안이 그림 리퍼와 브란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모습을 봐도 그렇지만 아본의 간수는 솔직히 그 입장이 약간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 신들의 감옥의 간수를 맡고 있으면서도 신에게 복종한다? 조금 이상하죠?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요. 신들의 세계에도 사회는 존재하고, 그 사회를 이루는 근간으로서 그들만의 규칙은 존재할 것입니다. 그 중에는 신에게 있어 죄라고 부를 수 있는 행위도 있을 것이며, 그렇게 죄를 지은 신을 처벌하기 위한 방법도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아본입니다. 즉, 신을 가두고 벌할 수 있는 것 역시 같은 신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세요. 인간을 가두고 벌하는 것 역시 같은 인간이잖습니까? 즉 어떤 신은 다른 신을 심판하고, 가둘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도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신들에게도 누아자라는 왕이 있으니 어쩌면 신들을 심판하는 권한은 누아자에게 있었는지도 모릅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C4의 시점에 와서 아본의 간수들을 부리는 것은 모리안이었습니다. 어쩌면 모리안은 G12에서 밀레시안과 함께 누아자를 물리치는 데 일조함으로서 그 힘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사실 이 가설은 증거는 하나도 없고, 순전히 상상에 비약에 가까운 내용이므로 여기에 적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애초에 폴의 연구일지 퀘스트에서 그림 리퍼가 나온 것도 그냥 3D 모델 새로 만들기 귀찮아서 재활용했을 가능성도 있고 말이죠. 만약에 정말로 그림 리퍼가 신의 사자인 것이 아니고 그냥 모델 재활용에 지나지 않는다면 애초에 이 가설은 성립조차 하지 않습니다...... 만, 그래도 기왕 열심히 생각한 것이니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남겨둡니다.무책임
2-2. 브란(烏)
아본 2호기. 모드 반전. 백 코드. 더 비스트!
브란은 마비노기 사상최초, 그리고 현재까지도 전무후무한 '메인스트림 2회 최종보스'의 업적을 달성한 캐릭터입니다. 근데 사실 이게 애매한 게..... 딱히 인기가 있거나 강해서 그랬다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그냥 캐릭터 재활용 수준일 뿐이라 조금은 아쉽네요. 하여튼 뭐 그렇습니다.
브란의 이름 옆에 있는 한자는 '까마귀 오(烏)' 자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 하면 사실 브란은 C4에서 얼마 안되는 켈트 신화쪽의 캐릭터입니다. '축복받은 브란(Bran the Blessed)'이라는 이름의 이 인물은 웨일즈 지방의 왕으로 엄청나게 커다란 몸집을 가진 거인이었다고 합니다. 바다의 신인 리르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이 리르는 아마도 마나난 맥리르의 일족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네요.
하여튼 신의 아들이었으므로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브란웬이라는 아름다운 여동생에 더불어, 니시엔과 에프니시엔이라는 씨가 다른(....) 형제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뭐 그건 딱히 중요한 게 아니고, 브란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바로 '까마귀(Crow)'라고 하네요. 바다의 신의 아들에, 거인인데 이름의 뜻은 까마귀라. 하여튼 브란의 그 커다란 덩치와 시커먼 디자인은 바로 이러한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얘네가 니 동생이었구나....
하여튼, 캐릭터를 자세히 보면 뭔가 SM스러운 가죽본디지 복장에고르곤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제작팀에 SM 마니아가 있다 상체가 비정상적으로 큰 인간형의 괴물입니다. 오른팔을 어깨까지 감싸는 금속 건틀렛을 장착하고 있는데, 아본의 문양이 바로 그 건틀렛에 새겨져 있습니다.
브란의 전투방식 역시 그림 리퍼와 마찬가지로 1:1 공격은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주된 공격은 오른팔에서 전격을 내뿜으며 전방으로 크게 휘두르던가, 땅을 내리쳐 넓은 범위의 충격파를 일으키는 것, 그리고 뿔에 전격을 모은 다음 앞으로 돌진하는 것 세가지입니다. 사실 어느쪽이건 미리 감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쓰면 쉽게 피할 수 있습니다. 스톰프 공격의 범위는 꽤 넓어서 피하기가 어렵지만, 브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대미지도 급감하기 때문에 조금만 빨리 이탈해도 10 될랑말랑한 대미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판정 지속은 꽤 길어서 멀리에서 피했다고 섣불리 다가가다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구를 수도 있죠.
하여튼 움직임도 느리고, 덩치는 크고, 공격은 아프다고는 해도 피하기 쉬운 등 사실 호구입니다. 더구나 아본의 연극 미션 '신들의 간수'에 등장하는 브란은 '끼우기'라는 버그성 테크닉을 사용하면 제자리에서 공격만 맞는 샌드백 신세인지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G14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압도적인 시스템 빨(...)로 밀레시안을 쓰러뜨리고 '약하다...' 같은 소리나 하지만 사실 이놈이 아본의 수호자 중에선 제일 호구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브란의 외형과 설정인데요. 사실 꼼꼼히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브란은 다른 아본의 간수들에 비해 조금 이질적입니다. 다른 아본의 간수들이 모두 몸에 아본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비해 브란만은 건틀렛에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또 자유롭게 움직이고 자신의 의지를 보이는 메로우나 폴의 연구일지 퀘스트에서 신의 사자로서 재량권(?)도 행사하는 그림 리퍼에 비해 브란은 그저 셰익스피어를 잡고, 그것을 방해하는 자는 제거하는 것 이외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또 결정적으로 그림 리퍼나 메로우는 켈트 신화와 별 연관이 없는 녀석들인데 비해, 브란은 켈트 신화의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왔죠.
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본의 수호자들에 대해선 알려진 설정이 하나도 없습니다. 작품 내적으로건 외적으로건 이들의 유래나 능력, 뭐 하나 밝혀진 게 없어요. 따라서 이것은 순전히 추측에 불과한 것입니다. 어쨌든 저의 추측은 이렇습니다. 어쩌면 브란은, 다른 아본의 수호자들과는 그 기원이 좀 다른 존재가 아닐까요? 처음부터 신의 사자로 창조되었다거나, 신이 권능을 주어 아본의 수호자로 부려먹는 것이 아니라, 원래 영웅이었던 브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신의 사자로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저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림 리퍼 때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증거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3. 메로우(魚)
모에!!!
메로우는 사실 뭐, 기원이니 뭐니 하는 걸 따질 만한 캐릭터도 아닙니다. 메로우(Merrow)라는 이름은 아일랜드 어로 인어(Mermaid)라는 뜻입니다. 더구나 뒤에서 언급할 얘기입니다만 유일한 존재도 아니구요. 출신만 따지고 보면 아본의 수호자들 중에선 가장 듣보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메로우는 메인스트림의 최종보스였던 적이 없거든요!!! 다만, 아본의 수호자들을 모두 다루고 있는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따로 또 다룰 기회가 올지 모르는 일인지라.... 그냥 넣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다리가... 슴ㄱ...
.......네.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메로우는 소라 갑옷 비슷한 갑옷을 입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출도가 좀 심하고, 몸매가 끝내줘좋은 것이 특징이죠. 전체적으로 꿉꿉한 분위기인 G16에서 에레원과 함께 여캐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스타이기도 합니다. 벨라요?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아본의 문양은 오른쪽 허벅지에 존재합니다. 하여튼 일단은 인간형이고, 예쁜 여캐인지라 팬은 많습니다만 스토리적인 비중을 따지자면 그냥 안습이죠.
메로우는 아본의 수호자들 중 유일하게 1:1 공격이 존재합니다. 평타와 스매시를 가지고 있거든요! 사실 평타는 모션이 거의 없어서 대체 뭘로 때리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있긴 있습니다. 또 스매시는 플레이어를 공중부양 시킨 후에 물대대포로 날려버리는 오로치 C잡기 기술입니다. 이것 외에도 워터 캐논과 비슷한 물대포 공격도 있고 말이죠. 당연히 이것들 외의 범위 공격도 가지고 있는데요, 좌우로 넓은 판정을 가진 파도를 소환해 공격하는 기술과 땅에 아본의 문양 모양의 타게팅 포인트를 만든 후 지속적인 대미지와 경직을 주는 물기둥을 뿜어내는 기술이 있습니다. 사실 얘도 평타와 물대포 이외엔 별로 아픈 공격이 없고, 범위공격은 대부분 쉽게 피해지는데다 섬머솔트 킥으로 물대포를 봉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닙니다.
메로우의 특징은 메로우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2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파란 피부를 가진 메로우와 핑크색 피부를 가진 메로우, 2가지 형태가 있는데요. 전자는 메인스트림의 등장 캐릭터이고, 후자는 로드 미션인 스카하 동굴 조사에서 등장합니다. 근데 이 핑크 메로우를 잘 보면 블루 메로우와는 피부색, 머리색도 다르고, 입고 있는 옷도 살짝 틀립니다. 또 치마에 가려져 있어서 확인하기 어렵지만 오른쪽 허벅지에 아본의 문양도 없습니다.
아니 딴 데 말고 허벅지를 보시라고.... 아니 말이 이상하다.
(게임어바웃 '눈몽이' 님의 스샷을 사용했습니다.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이런 사실에 의거해 또 추측을 해 보자면, 어쩌면 아본의 수호자인 메로우는 인어라는 종족 중에서 아본의 수호자로 선택된 한명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인어라는 종족은 세계 어느 나라 설화나 전설을 봐도 단독으로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거기다 굳이 제작진이 수고를 해 가면서 메로우의 모델링을 두개나 만들어낸 것이 그냥 심심해서, 라고 생각하긴 힘듭니다.
2-4. 총평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아본의 수호자들은 메인스트림의 보스들로는 조금 함량 미달입니다. 그림 리퍼때는 그나마 아무것도 모르는 미지에서의 카리스마라도 존재했지만, 브란이 나올 때쯤부턴 딱히 아무래도 좋은 게 되어버렸고, 딱히 임팩트나 매력도 없어져 버렸죠.
그 중에서도 최악이었던 것은 G15였습니다. 솔직히 시나리오나, 이야기 전개나, 모든 면에서 가장 잘 만든 메인스트림 중 하나라고 평가하는 G15였습니다만, 문제는 메인스트림 최종보스를 재탕하는 만행이었죠. 그 한번에, 플레이어들에게 아본의 수호자는 그저 여신의 따까리, 라던가 그냥 양산형 잡몹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생각해 봐도, 그들은 수호자, 간수라는 포지션이죠. 어딜 봐도 한 챕터, 혹은 제네레이션의 최종 보스 포지션을 맡을 만한 캐릭터들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래, 중간보스 포지션이 어울렸겠죠. 마타나 테흐라 같은 캐릭터들 말이에요.
이전 글에서도 적은대로, 아본의 수호자들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더 없습니다. 고로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가볍게 마무리짓고, 마지막 최종보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루 라바다(光)
사실 이때가 제일 간지났지
G16 맥베스의 최종보스이자, C1때부터 질긴 인연을 이어왔던 루 라바다, 다크로드 모르간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드디어 왔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자면, 좀 착잡하네요.
켈트 신화의 루 라바다는 '광명의 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누아자와는 다른 의미로서의 켈트 신화의 대빵 같은 캐릭터입니다. 루가 얼마나 사기캐냐 하면 일단 출생부터 비범한데, 포워르의 왕인 사안의 발로르의 딸인 에흘린과 투아하 데 다난의 의술의 신이었던 디안 케트의 아들 키안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거기에 바다의 신인 마나난 맥리르의 양아들로 그의 밑에서 자라, 나중에는 신검 프라가라흐까지 받게 되지요. 목수, 대장장이, 전사, 약사 등 모든 일에도 통달해 있어 '모든 일의 거장'이라는 이름의 '일다나(Ioldanach)'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충분히 먼치킨 아닌가요?
어쨌든, 성장한 뒤에는 투아하 데 다난의 편에 서서 포워르들과 맞서 싸웠고, 제 2차 모이투라 전투 당시 누아자가 크로우 크루아흐에 의해 살해당하고 투아하 데 다난의 패색이 짙어졌을 때 사안의 발로르의 눈에 창을 던져 발로르를 죽임으로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투창이 특기였으므로 '팔이 긴 아이'라는 별명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마비노기에서 사용하는 풀네임 '루 라바다'가 바로 이 뜻으로, '긴 팔의 루'라는 뜻이죠. 신화에서는 그 뒤 누아자의 뒤를 이어 왕이 됩니다만, 어떤 판본에서는 누아자가 죽지 않고 살아서 왕위를 물려줬다고도 하고, 어떤 판본에서는 누아자가 죽어 공석이 된 왕위에 추대를 받았다고도 하는 등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뭐, 딱히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까 넘어갑시다.
하여튼 루 라바다는 어떤 의미로는 켈트 신화에 있어 '투아하 데 다난의 최전성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루의 아들인 쿠훌린이 물론 루에 비교될만한, 혹은 넘어설만한 업적을 쌓고 유명세를 타기도 합니다만, 엄밀히 말해 쿠훌린의 시대부터는 '신의 시대'는 끝나고 인간의 시대로 넘어간 시점이기 때문에 최고 전성기라고 보긴 어렵거든요.
참고로 루의 이름은 가을의 수확철을 의미하는 '루나사(Lughnasadh)'의 어원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마비노기에서는 목요일을 다르게 부르는 말로, 마법과 인챈트의 효과를 올려주는 날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실제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루 라바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1. 기원
루 라바다는 1차 모이투라 전투 이후 폭군 브레스의 시대에 홀연히 나타나 영웅으로 명성을 쌓습니다. 실제 켈트 신화와는 달리 마비노기에선 루의 출신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후 누아자가 브레스를 몰아내고 왕위를 되찾은 이후, 그에게 중용되어 총사령관의 위치에까지 올라가죠. 그리고 제 2차 모이투라 전투에서 사안의 발로르를 물리치는 활약을 보여 투아하 데 다난들에게는 팔론과 함께 '에린의 수호자'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게 됩니다. 그 후 사망한 누아자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으나, 그리 오래가지 않아 후임자에게 왕위를 선양하고 나타났을 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루의 실종이 사실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피오드 숲의 잊혀진 전설'이라는 책에 의하면, 루는 마족과의 전투가 한창 치열하던 시기 미궁과도 같은 피오드 숲에 투아하 데 다난들을 이끌고 갔습니다.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미로와 같은 숲이라고 하여 모두가 그 숲을 두려워했지만, 루는 숲에 살고 있는 요정들을 불러 요정의 여왕 시오라를 설득하여 인간이 피오드 숲에 거주하는 것을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나자 투아하 데 다난들은 요정의 은혜를 잊고 피오드 숲의 중심에 있던 어머니 나무를 베어 요정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이에 크게 실망한 루는 왕위를 넘기고는 홀연히 사라졌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마비노기의 공식 설정이기 때문에, 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내용입니다. 확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만 루가 평범한 인간은 아닐 것이라는 것, 적어도 요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 인간이라는 점은 알 수 있지요. 평범한 인간이라면 두려워하는 것이 당연한 미로와 같은 숲을 거침없이 들어간 것이나, 다른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요정의 말을 듣고 그들과 대화를 하거나 하는 모습만 봐도 대충 감이 오지 않습니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루는 어머니 나무가 베어졌을 때 인간에게 등을 돌릴 만큼 큰 실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인간의 어리석음을 한탄할 수는 있어도 인간에게 등을 돌리고 적대할 만큼 실망하지는 않았겠지요.
문제는 그가 그렇게 인간들을 떠난 이후 빛의 기사 팔라딘으로서의 영광과 믿음을 버리고 다크 로드 모르간트라는 이름으로 포워르와 손을 잡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팔라딘이기를 포기한 이후의 어느 시점에서, 그는 다크 나이트로 전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크 나이트의 모습을 보면 모르간트가 진짜 다크 나이트인지 아닌지는 조금 의문이 가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실제로 EG에서 플레이어가 다크 나이트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공개되어 있던 다크 나이트의 모습은 루에리나 다크 로드와 거의 똑같습니다. 다만 뿔이 없다는 점 정도만이 차이점이었지요.뿔은 지휘관 전용 빨개지면 3배 빨라지나? 다크 나이트의 모습이 설정과 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굳이 여기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니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도록 하죠.
어쨌든 한때 에린 유일의 '진정한' 팔라딘이었던 루는 다크 나이트가 되어 키홀과 손을 잡고 에린을 침공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는 단지 키홀에게 협력하고 있었을 뿐,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영 밝혀지지 않았죠. 루에리에게 넌지시 '나도 키홀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그래서 뭘 계획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G3의 엔딩 부분에선 밀레시안에게 '신이 정의와 선의 이름으로 인간에게 개입하는 이상 너와 나는 언제고 다시 만날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루가 변심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면 대체 그가 왜 인간이 아닌 신들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의문입니다. 키홀과 손을 잡는 과정에서 세뇌라도 당한 걸까요.
헬멧이 아니었더라면 즉사였다.
후속 챕터에 등장해 공백기간 동안의 의문을 풀어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C2에서는 전혀 미등장, 언급조차 되지 않고 C3에서도 G9과 G10에 잠깐 언급되고 끝이었습니다. 그나마 G9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팔론을 포워르 측으로 포섭하고, 엘라하를 인큐버스들의 사회에서 살게 하는 등 나름 비중있는 역으로 언급이 됩니다만, G10에서는 엔딩 영상에서 아기의 모습을 한 엘라하를 품에 안고 바다를 건너는 모습으로 나와 모두를 뿜게 만들고 '보모간트' 같은 굴욕적인 별명을 얻게 됩니다.
물론, 이 한 장의 그림만으로도 이것저것 짐작할 수 있기는 한데, 일단 바다를 건너는 것은 엘라하의 어머니인 네반이 이리아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즉 루가 배를 타고 간 곳은 울라 대륙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엘라하를 그림자 세계에 데려다 놓은 것이 루라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좀 더 상상의 나래를 넓혀보자면 혹시 엘라하의 아버지가 루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합니다만.... 글쎄요. 딱히 뭐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여튼 C3도 끝나고 나니 이제 루는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완전히 잊혀져 버립니다. G15가 되고 교역이란 컨텐츠가 등장하면서 살짝 다시 조명받기는 했습니다만 - 벨바스트의 교역품 중에 모르간트의 투구의 복제품이 있었기 때문에 - 그 뿐이었죠.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G16에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재등장하여 메인스트림의 중심 인물로 부상합니다.
3-2. 본질
사실 잘 보면 얼굴은 거의 맞아떨어집니다
사실 G16의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루 라바다는 딱히 강하지도 무섭지도 않고 카리스마도 없습니다. C3에서 보여줬던 멋진 보스로서의 특징들도 하나도 없이 그냥 좀 강한 인간형 몹(...)에 불과합니다. 파이널 히트, 라이프 드레인, 가스트 소환을 빼면 그냥 평범한 인간형 몹이고 심지어는 NPC인 오언 제독하고 1:1로 붙어도 털립니다. 사실 C1때도 딱히 강하진 않았지만, 그때는 중간관리직이었고 지금은 명색이 메인스트림 최종보스인데.... 자기가 소환하는 몹보다도 약하니 위엄이 살지를 않네요. 전투 면에 있어서는 실망스럽다는 말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문제는, 돌아온 루의 모습이 뭔가 이상했던 것입니다. 빛의 기사, 에린의 수호자, 영광의 팔라딘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변해버린 루의 모습은 신경질적인 중년 남성의 모습으로 다크 로드의 모습일 때 느꼈던 위압감과 카리스마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된 건, 그가 왜 돌아왔는지, 돌아와서 왜 왕위를 다시 차지했는지, 그리고 그 왕의 자리에 앉아 무엇을 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의 행동 기저에 깔린 사상은 신 - 특히 모리안 - 과 밀레시안에 대한 분노, 공포, 견제라는 것 정도는 살짝 알 수 있습니다만, 왜 그렇게까지 병적으로 변해버렸는지가 확실하게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루는 벨라에 의해 조종당했을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딱 봐도, 조종당하기 전부터 이미 제정신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벨라가 루를 통제하지 못하고 끌려다닐 정도죠.
이 미친 아저씨가 지금 뭐래는 거니
어쨌든 루는 자신의 광기에 의해 증폭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왕성의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고 페카 던젼의 마스터 리치와 죽음의 계약을 맺기에 이르지요. 사실 이 대목만 봐도 루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아무리 무서운 괴물을 데려다 놔도 '세상을 부수고 모두를 저승으로 보내버리는' 일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소울 스트림을 파괴하지 않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인 밀레시안을 물리칠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마스터 리치가 소울 스트림을 파괴하는 방법이라도 알고 있었다는 걸까요? 설마요.
어쨌든,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벨라의 정신지배를 벗어난 타라의 중요 인물들은 밀레시안에 의해 하나로 뭉쳐, 오언 제독이 파병한 군을 이끌고 타라를 탈환하기 위해 진격합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쓰고 있던 진실의 투구의 영향으로 벨라의 환영으로부터 벗어난 루는 벨라를 살해해버리고, 결국 그 자신도 전투 중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정말이지, G1때부터 등장하던 메인스트림의 중요인물치고는 허망한 최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크로우 크루아흐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만, 루 라바다는 이런 취급을 받을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간에게 실망하고 인간에게 등을 돌려, 다크 나이트가 되고 포워르와 손을 잡았지만 분명 자신만의 정의와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노력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에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날 줄도 알았던 인물이었습니다. 적어도 C1에서 묘사되었던 루 라바다, 아니 다크 로드 모르간트는 그랬습니다.
트리아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쳐버렸다는 설도 있습니다만, 생각해 보세요. G3에서 그는 이미 자기 딸의 몸에 마하를 강림시키려고 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리아 파르의 능력이 단순히 인간의 몸에 신의 힘만을 가져다 덮어씌워주는 편리한 것이 아닌 이상은 딸을 희생시키려고 했던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랬던 사람이, 딸이 죽었다고 미쳐요? 말도 안되는 소릴.
벨라에게 조종당해서 미쳤다는 설도 설득력이 부족한 게, G16의 최종화 '피와 죽음'에서는 셰익스피어가 쓰고 있는 진실의 투구의 힘에 의해 세뇌가 풀린 루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만 루는 제정신이 돌아오긴커녕 더 미쳐버린 모습으로 벨라를 배때지를 쑤살해하고 광기 넘치는 모습으로 웃어제낍니다. 어떻게 봐도 정신 지배와는 상관 없이 미쳐있는 모습 아닙니까.......그러니까 대체 왜요? 결국 이때의 모습을 보면 루는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지나쳐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이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3-3. 음모
변해버린 루의 모습에 대한 의문은 사실 플레이어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중의 등장인물들 역시 '빛의 기사' 루 라바다의 변해버린 모습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문제는 그 중 다음의 두 대사입니다.
다음 대사에 프라가라흐 얘기가 나오는데... 프라가라흐 정리하다가 내 머리가 터질 거 같아서 관뒀습니다.
어찌 보면 G16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에레원마저도, 루를 악당이나 천하의 원수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진짜인지부터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물론 바로 다음에 '그가 들고 있던 프라가라흐는 진품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뭐 생긴 거야 어디서든 똑같이 못 만들까요. G16에서 프라가라흐가 진짜 힘을 발휘하는 장면도 전혀 안 나왔으니....
조금 뒤에 루에리에게 '그럼 나와 계약해서 에린을...' 따위의 드립을 치는 큐베라크
타르라크 역시, 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직후의 반응이 이렇습니다. 여기서는 진짜냐 가짜냐 보다는 루가 과연 '제정신'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지요. 이쪽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사실 양쪽 모두 캐릭터의 추측일 뿐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G16에서 등장한 루가 여러 모로 의심스럽다는 것 정도입니다. 외부에서의 어떤 개입이 없이 그런 모습으로 변했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만큼, 확인사살이라고 봐도 좋겠지요. 이상의 경우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1) G16에 등장한 루는 사실 진짜가 아니었다.
2) G16에 등장한 루는 신들에 의해 정신을 조작당했다.
둘 중 어느쪽이 더 가능성이 있는가를 생각해 볼까요. 만약 루가 가짜였다고 하면 가짜 루를 만들어낸 존재는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를 똑같이 닮은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가짜 루를 만들어서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좀 더 스무스하게 타라의 왕권을 얻는다' 뿐입니다. 더구나 실제로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굳이 가짜 루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가짜 에후르 마퀼 2세를 만들면 될 일입니다.
반면에 루 자신이 조종당하고 있었을 경우라면 어떨까요. 물론 벨라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 기저에는 좀 더 깊은 레벨의 정신조작이 있었을 확률이 있습니다. 신들의 농간에 의해 제정신이 아니게 된 루는 트라아나의 환영을 보여주는 벨라에게 쉽게 동조하게 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벨라가 시키는 대로 따르지도 않았고, 오히려 더 광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타락해 갔습니다. 가능성이라면 이쪽이 높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딱히 설득력이 있지도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결국 어느쪽이던 마찬가지로 딱히 이거다! 라고 할 만한 결론은 나지 않습니다.
G16에 등장한 루의 가장 큰 문제는, 무슨 행동을 하는지, 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그저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미친 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이런 인물이 C1에서 폭풍간지와 카리스마를 내뿜던 다크 로드 모르간트라니, 더 나아가서 메인스트림의 최종보스라니 비난이 없을 수가 없죠.
3-4. 총평
실망스럽습니다.
다른 인물이었더라면 이 정도로 혹평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인물은 루 라바다입니다. 다크 로드 모르간트에요. G1부터 나왔던 중요인물이고, 카리스마 짱짱맨이었던 밀레시안의 적이었다고요. 그런 인물을 이렇게 등장시켜서 걸레짝처럼 치워버리는 처사에는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집니다.
어쨌든, 누아자에 이어 루 라바다까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결국, G12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을 다시 말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바로 켈트 신화의 끝입니다. 마하요? 그 불닭 아가씨도 드라마 다음 시즌 쯤 되면 그리 좋은 꼴은 안 될 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 데브캣은 정말로 투아하 데 다난이 밀레시안에게 밀려 세상의 주인이 바뀌는 것을 마비노기의 최후로 만들고 싶은 모양입니다. 딱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조금 슬프네요.
4. 마치며
드디어 6개월간 달려온 메인스트림 보스 열전이 끝났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실 한 두달쯤 일찍 끝날 수도 있었는데.... 직장 생활이 바쁘다 보니 이렇게 길어졌네요. 혹시라도 계실 지 모르는 기다리셨던 분들껜,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씀과, 오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쓴 글이 여러분들에게 어떤 기쁨을 주었다면, 그것 또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다음에, 다른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